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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리에트가 웃는다
엘자 샤브롤 지음, 이상해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백한 살하고도 한 달 나흘......."...7p
어마어마한 나이다.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나이는 점점 더 늘어나고 실제로 다른 사고가 생기지 않는 한 우리 아이들은 이제 평균 그 나이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백 살"은 꿈의 나이다. 그 나이까지 살 수 있다는 자체보다 그 나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우리의 쥘리에트 할머니는... 백 하고도 한 살이 더 많은데 아주 짱짱하다.^^ 산골 오지 여섯 가구밖에 살지 않는 마을이지만 그 중심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마을의 모든 일을 보고 들어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마을의 평균 나이가 일흔이 넘다보니 이웃 간의 왕래도 없고 서로 각자의 집에 틀어박혀 별 할 일 없이 TV에만 의지하는 이 동네 노인분들은 의지하는 "꼬마" 피에로(마흔 여덟)에게 의지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마을에 헌신을 다하던 이 꼬마가 갑자기 선언을 해버렸다.
"피에로가 떠나요? 왜 떠난대요?"
"여자를 찾고 싶답니다."...85p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의 시골 마을들은 다들 이렇게 높아진 연령과 젊은 사람들의 부재로 고민이 많은 듯하다. 만물상을 가득 싣고 시골마다 다니는 트럭도 들어오지 못하는 오지라면 누군가 그들의 장도 봐주러 도시로 나갈 수 있어야 하고 위험한 일이나 기계 같은 것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온갖 잡다한 일을 봐줄 젊은이들이 정말, 꼭 필요하다. 그런데 아가씨들은 그런 오지에, 전혀 시집오려하지 않으니 젊은이들은 아가씨들을 찾으러 도시로 나가야 하고... 그렇게 남겨진 노인들은 어찌해야 할까! 벌써 몇 년 전부터 "시사"로 떠오른 문제였다. 이런 시사적인 문제가 이토록 유쾌한 소설로 태어날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다.
몇 명 되지 않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독특하고 개성 있다. 아마도 산간 오지라는 특성과 이들의 독특한 성격(약간은 무뚝뚝하고 거침없는 발언을 하지만 소소한 정이 잔~뜩 묻어 있는)이 한몫한 듯. 이들의 생사를 건 모험이 시작되었다. 이른바.... "우리의 꼬마 피에로 결혼시키기 대작전"...ㅋㅋㅋ
"그녀는 곧 뭔가가, 행복하고 기적적인 뭔가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러시아 아가씨의 도착이 아니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특별한 무엇, 세월이 조금씩 갉아먹고, 공동화, 고립, 소외가 단절시켜버린 그 끈끈한 관계, 다시 말해 공모 감정의 부활이었다. "...245p
그들의 작전이 성공을 하든, 그렇지 않든....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를 고립하고 소외사켰던 이 마을에 새로운 "감정"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함께 모여 공모하고 함께 행동하는 사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깨닫고 서로를 보살피고 서로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 이보다 더한 행복이란 이름이 있을까? 때문에 쥘리에트는 매일이 "죽기 좋은 날"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