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끝은...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꽤 두꺼운 이 한 권에는 중편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세 편 들어있다. 각 권마다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하지만 이 세 편을 잇는 한 가지 배경은, 바로 범인이 어디론가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다는 "밀실". 용의자를 한정지을 수 있지만 그만큼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작가는 어떤 트릭과 반전을 사용할 수 있을까. 

처음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매우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정말 뛰어난 명탐정이지만 전업으로 일해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는 직업인지라 조금씩 "돈"을 밝히기 시작한 가게우라. 경찰의 요청이 있어야 사건을 받아들이고 그 전에는 절대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흔히 우리가 명탐정에게 바라는 그런 바람직한 도덕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의 조수 다케무라는 이런 명탐정에게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그저 평범한 명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처럼 보이던 이야기는, 이런 명탐정의 죽음으로 조금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다. 과연 그의 조수는 명탐정으로 태어날 수 있을지...

<생존자, 1명>은 신문 보도인 것처럼 보이는 기사와 오타게 미하루가 남기는 수기가 엇갈리며 진술된다. 신흥 종교의 교리에 따라 엄청난 짓을 저지른 네 명과 이들의 이주를 돕던 이나무라가 외딴 무인도에 남겨진 후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한정된 배경 속에서 한 사람씩 살해당하는 전형적인 밀실 살인 사건. 하지만 결과는 점점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간다.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한 부부가 대학시절 함께 했던 탐정소설 연구회 회원들을 별장으로 초대하며 생긴 일이다. 후유키 부부는 별장을 영국의 고풍스런 관(館)처럼 지어놓고 멋진 연극을 꾸며놓았다. 각자가 한 역할씩 맡아 범인을 유추하도록 한 것. 처음엔 유치하다고 여겼던 이들도 조금씩 감쪽같은 사건에 대해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들은 1박 2일 동안의 추리 시합을 즐겁게 즐길 수 있을지.

세 편 모두 "밀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끝날 듯 계속 이어지고 도저히 독자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피치를 올린다. 어디가 끝일까. 여기까지일까... 생각하면 그 다음이 준비되어 있다. 결국 독자는 반전의 반전을 목격하고 놀랄 수밖에. 세 편 모두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결론이다. 완벽한 트릭 속에 숨은 진실은... 사람들의 "욕망"으로 빚어진 사건들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근본부터 생각해서 마음이 정리된다면, 이 절해고도에서 탈출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 같았다. 우리를 이 섬에 가둔 것은 고지야 가즈키요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인 것이다."...156p

지루할 틈이 없다. 단지 짧은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닌, 끝도없이 바뀌는 결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저 재미를 떠나 한 번쯤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끔 하는 힘이 이 소설엔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