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축제 2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2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도미니카 공화국"에 대한 소설로 마음이 어지럽다. 1권을 읽으면서는 다소 생소한 나라의 정치사와 미스터리 요소를 부여한 우라니아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는데 2권에 들어서며 밝혀지는 모든 원인과 결과들로인해 과부하 상태다. 독재 정권이 남긴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아프고 비참한 것들이었는지. 

1권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세 가지 이야기를 유지하던 소설은, 2권에 들어서며 다소 긴박하게 흐르며 그에 맞게 재구성 된다. 트루히요가 암살되던 그날 밤, 그리고 그 이후의 상황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따라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들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는지, 독재자가 사라진 후의 나라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게 되었는지, 결정적으로 우라니아의 비밀스런 "축제"는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독재 정권"은 권력자에게, 그 아래의 녹을 먹는 사람들에게,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소설은 너무나도 처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수령님이며 정치인이고 공화국의 창시자일 분만 아니라, 인간적인 모델이며 아버지(...47p)"라 불리우는 이 남자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유지하기 위해 온갖 음모와 협박, 시험, 고문, 살인과 강간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에게 예속된 가까운 이들조차 그에게 무참히 짓밟힌 자존심으로 인해 새로운 조국을 만들기 위해 계획에 가담하지만 그의 암살이 확실시된 시점에서조차 그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일종의 최면 상태에 빠져, 비록 총통이 몸은 죽었을지라도 그의 영혼이나 정신 같은 것이 계속해서 그를 지배하고 있다고 느꼈다."...226p

"전환기"...야만적이고 원시적인 나라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던 전환기. 그 시절을 그렇게 표현했다. 비록 암살자들의 의도대로는 되지 못했지만 나라는 조금씩 민주주의로 흘러갔다. 많은 이들이 트루히요 정권 아래에서 가려졌던 눈을 떴고 이제는 새로운 자유 의지를 원했다. 하지만.... 35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라니아는 어떨까. 

"날 부러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 오히려 난 너희들이 부러워. 그래, 그래, 나도 알아. 고모와 너희들도 문제가 있고, 힘든 시기를 보냈고, 실망하고 절망하기도 했어. 그러나 가족이 있고 남편도 있고 친척도 있고 조국도 있어. 그런 게 바로 인생이겠지. 하지만 아빠와 총통은 나를 불모지로 만들었어."...365p

오랜 시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할 수도 없고 그저 잊어버리기만을 바라며 지내왔던 세월을,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이제 그녀가 입을 열었다고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는 것일까. 

작가의 의도는 확실하다. 독재 정권이 개인에게, 가족에게 주는 상처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통렬하고 사실적인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져서 한동안 멈출 수밖에 없었다. 더이상의 이런 아픔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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