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으면 보이는 상상세상
조대연 지음, 강현빈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는 잘 때 신성한 의식을 치루듯 베란다의 희미한 전등을 켜고, 침대에 똑바로 앉아 이불을 발 밑부터 하나도 뜨는 곳이 없게 잘~ 편 다음 누워 다시 어깨까지 꼼꼼히 덮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 위까지 덮어쓴 다음 중얼중얼 혼자 놀다 잠든다. 이런 행동의 이유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무서울 것 하나 없다고 아무리 얘기해봤자 그 공포는 아이의 것이지 부모의 것이 아니기에 그냥 내버려둔다. 이런 무서움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잘 모르니까"가 답이 될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이러한 생각이 자꾸만 커져서 무서움이 되고 공포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잘 모르는 것들은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요정이나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마음껏 즐길 수도 있고 이러한 상상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풍족하게 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미지의 존재들에 대해 궁금한 적이 있었는지. 이들은 왜, 어디서 생겨났고 어떻게 지금까지 상상 속에서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귀신"이나 "신", "외계인"까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도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실제 존재 유무를 떠나 그들의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본 적은 있는지.

<<눈감으면 보이는 상상세상>>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추상화같은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다소 철학적이고 사회적 혹은 정치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전혀 어렵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우리들이 조금은 궁금해했던 "미지의 것들"에 대한 원류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니까. 

"불가사리"라는 상상의 동물이 존재했던 시기가 "철"이 많이 사용되었던 시기와 맞물리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불가사리는 국민, 서민, 농민들의 편하지만은 않은 삶에서 억지로 철을 빼앗아간 정부, 일본, 나랏님들을 빗댄 동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나 산타클로스가 요정의 모습에서 벗어나 빨간색 옷을 입고 흰 수염을 단 최초의 모습이 그저 "콜라"를 선전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 등은 조금 충격적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호랑이는 진짜 호랑이의 모습이 아닌, 인간처럼 행동하길 원하는 호랑이가 아닌지. 

작가는 우리가 그동안 상상하고 만들어왔던 모든 신화, 상상 속의 동물, 미지의 존재들의 시초를 파헤치며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신화는 아주 오래 전의 역사를 신비스럽게 들려주고 있지만 이제 이기적인 현인류들은 그 신화를 조작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저 재미있게만 생각되던 소재를 가지고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새가 없었다면 비행기를 꿈꾸기 어려웠을 거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금언이 옳다면 아는 만큼 상상한다는 말도 옳을 거야."...101p

따라서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느끼는 대로가 아닌 제대로 알고 제대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 그저 호기심으로 괴담을 들을 것이 아니라 그 괴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