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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토크스의 아내
케이 기본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이것이 우리가 기다려온 사랑 이야기입니다."라는 오프리 윈프리의 찬사와 함께 오프리 윈프리 북클럽에 소개된 후 삼백만부 이상 팔렸다는 책. 빨간색과 금발의 여인이 대비되는 표지가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 그런데 표지 한가운데 새겨진 영문 제목은, <<잭 스토크스의 아내>>와는 다르다. "A Virtuous Woman"... 현숙한 아내라니! 현숙한 아내라서 사랑한다는... 설마 그런 고리타분하고 잔소리하는 것 같은 내용은 아니겠지... 약간의 의아함.
소설은 구약성서의 <잠언> 31장 10~25절로 시작한다. "누가 현숙한 아내를 얻겠는가? 그녀는 루비보다 훨씬 더 귀하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이 "루비"인 것을 보면 아마도 제목의 "현숙한 아내"는 그 뜻 그대로의 현숙함을 뜻하지는 않나보다. 적어도 내가 이 소설을 통해 느낀 루비는 과거에선 현숙하지 못했으나 결혼 생활을 통해 남편에게만큼은 현숙한 아내가 되었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1장의 남편 잭의 내용에선 아내 루비가 세상을 떠난 지 이미 넉 달이 다 되어간다. 그런가하면 2장 루비의 내용에선 그녀가 죽기 전,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준비(자신이 떠나고 난 후)한다. 남편과 아내가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1인칭시점으로 서술되지만 그들은 같은 과거를 이야기하고 서로의 시점에서 그 추억을 함께 나눈다. 너무나 곱게 자라 전혀 새로운 선택(난봉꾼과의 첫번째 결혼)을 하고 실패를 맛보고 맨 하층의 삶을 경험하고 있던 루비에게 잭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이 과연 사랑해서 결혼을 하긴 한걸까. 나이 차이는 물론 신분과 계층 차이도, 교육이나 외모에서까지도 차이가 나는 이들의 결혼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그럼에도 루비에겐 잭이 필요했고, 잭에겐 루비가 필요했다.
"실제로 나는 나를 보살펴줄 사람을 원했다. 나한테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남편에게서 선량함을 느꼈고,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라면 외모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정말로 아버지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 마음을 울려대는 종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지만,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리자 어떤 일이 일어났던가! 무엇보다 이런 자잔한 사랑이 다른 어느 것보다도 더 좋고 더 오래 지속되며 정말로 우리에게 더 좋았다. "...197p
시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할지언정 함께 생활을 하고 서로를 돌보고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들 사이엔 분명 "사랑"이 존재했다. 그 사랑이 반드시 뜨겁거나 불타올라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사랑이야말로 부부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어릴 적... 잠깐 꿈을 잃었던 때가 있었다. 남들이 꿈이 뭐냐 물으면 "없다"라고 대답하는대신 현모양처라고 했다. 꿈이 없다는 것이 창피해서 둘러댔던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현모양처"에 대해 그리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난 내가 가졌던 꿈 중에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다. 현모양처는... 더더군다나.^^ 이 책을 읽고 "현숙한"이라는 단어가 우리가 생각하듯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잣대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깥 세상의 남들이야 뭐라하던말던 내가 좋아하는 이웃과 남편에게만큼은 정성을 들이고 충실했던 루비야말로 현숙한 아내가 아니었을까. 또한 그에 못지않게 아낌없이 사랑해주며 자신의 위치에서 최대한 아내를 감싸줄 줄 알았던 잭이야말로 현숙한 남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