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세계를 경악케 한 사건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아빠가 친딸을 24년간 감금한 채 7명의 아이를 낳게 했다는, 정말 말도 안되는 사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떻게 인간으로서 그럴 수가 있는지 믿을 수가 없었던... 가장 기분 나빴던 사건. 하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사건들은 세계 곳곳에서 잘도 일어난다. 사건이 보도되면 사람들은 놀란다. 하지만 그뿐이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구나...하는 호기심 약간, 잠깐의 분노 정도. 

<<ROOM>>은 바로 그 사건을 바탕으로 재탄생 된 소설이다. 하지만 뉴스로 그런 사건을 들었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지 않다. 우선... 화자가 너무나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다섯 살의 "아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가 그런 사건을 접했을 때 느끼고 행동했을 여러가지들을 간접 경험하며 스스로 죄책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 우리는 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잭은 "방(ROOM)"에서 산다. 아침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따라 일정한 순서로 많은 것들을 엄마와 함께 한다. 모든 것들은 재미있는 놀이였다. 이를 닦고 엄마의 젖을 잠깐 빨고나면... 9시가 되기 전에 벽장으로 들어간다. "그"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그래도 잭에겐 이 모든 생활이 행복했다. 다섯 살 생일이 되기 전까지는. 잭은 다섯 살이 되었고, 이제 엄마에게 이 "방" 외에 바깥 세상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대. 탈. 주... 

가슴이 울렁울렁한다. 태어나 한 번도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잭에겐 이 작은 방이 세상의 전부이다. 그가 세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곤 책 다섯 권과 흐릿한 텔레비젼 채널 3개, 위로 난 천창으로 보이는 하늘과 해와 달 뿐. 너무나 어린 아이인데도 모든 상황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상상을 통해 이해하는 잭이 너무나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왜 일요일의 선물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얻을 수가 없는지, 엄마의 목에 난 상처는 언제쯤 없어지는지, 엄마와 한 많은 놀이들이 이젠 왜 놀이가 아닌 대탈주의 연습이 되는건지. 잭은 많은 것들을 알고싶지만 그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고 그저 주위 상황을 지켜보며 이해할 뿐이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엄마가 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대탈주를 준비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 바깥세상에서 적응하기 위한 과정. 방에 있을 때 엄마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고, 또한 모든 것을 해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습하고 행동했다. 그 우울하고 우울한 방에서 태어난 아이를 위해. 하지만 막상 방에서 나왔을 때 바깥 세상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아이는 이미 방에 익숙해져 있었고 바깥의 모든 것들을 새로 배워야만 했다. 하지만 엄마는 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때 이번에는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는다. 

"난 우리 둘을 위해서 선택한 거야."...546p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희망...이란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 끈을 놓으면 안된다. 때론 그 존재 자체가 짐이 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 존재가 없다면 무슨 희망으로 살아갈 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엄마와 잭은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희망이었다. 서로가 없었다면 견딜 수 없었을, 방과 바깥 세상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희망이 되었다. 제발... 어두운 과거를 딛고 참된 삶을 얻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