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빵호돌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3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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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이에서는 유난히 "나이"에 대한 경계가 큽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트러블이 생기면 "야! 너 몇 살이야!"라는 말부터 나오죠. 간혹 어떤 아이들은 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부풀려 말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들 사이에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나름의 잣대일까요? ^^ 하지만 한 학년인데도 나이가 또래보다 어리거나 많을 수도 있어요. 한 학년이라 친구인데 나이가 다르면 아이들 사이에서도 아주 미묘한 관계가 되더라구요. 

<<나는야 빵호돌>>은 바로 그런 아이, 호돌이의 이야기에요. 아빠는 없고 너무 가난해서 아이를 키우는 데 정신이 없었던 호돌이 엄마는 호돌이의 호적을 1년 늦게 올리게 되죠. 그래서 호돌이는 8살이 되었는데도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어요. 골목에서 같이 놀던 정표도, 나리도 모두 1학년인데 말이죠. 모두 학교에 가고나면 더할 수 없이 외로워지는 호돌이의 마음을 도대체 누가 알까요? 엄마는 일하러 나가느라 바쁘시고 동네는 정말 조용~하기만 합니다.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도 아이들은 없어요. 그러다 호돌이는 한 할아버지를 마난게 되죠. 학교 선생님이셨다는 할아버지 또한 무척 외로워보여요. 그렇게 할아버지와 호돌이가 만났습니다. 

"자꾸만 삶은 달걀 반 쪽이 떠올랐어요. 내가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도 할아버지가 내게 삶은 달걀 반 쪽을 덜어주는 마음이랑 같은 건데, 그런 건데......."...82p

전혀 모르던 두 사람이 만나 우정을 나누는 일은 아주 아름다워보이지만 그 관계가 어린 아이와 어른이 되면 다른 어른들의 잣대로는 그래서는 안 될, 아주 나쁜 관계로 보이나봅니다. 호돌이의 외로움을 채워주고 모르던 것들을 알려주고 참으로 사람다운 마음씨를 일깨워준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린 아이를 착취한 나쁜 사람으로 비치니까요. 호돌이는 할아버지를 잃은 텅 빈 가슴에 조금씩 의젓함으로 채워넣습니다. 엄마의 속을 썩이는 아들로 보이지만 사실 아이들 마음 속엔 나름대로의 반듯한 꿈이나 의지가 자라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어른들처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음을, 하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호돌이를 통해 느낍니다. 그래서 찬바람 쌩쌩... 그저 지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게만 느껴지던 호돌이의 엄마도 조금의 여유를 찾고 "가족"을 되찾기위해 노력하는 거겠죠. 

두부가 400원...이라는 글에 조금 옛날 이야기인가보다..했더니 사실 1996년에 나왔던 책이라고 하네요. 그런데도 두부값을 제외하곤 전혀 위화감이 없어 역시 이금이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탄을 떼는 달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이 때문에 고민하는 호돌이의 이야기가 아주 따뜻한 감동을 주는 동화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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