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라면 빠지지 않고 읽고싶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폭넓은 지식과 끝없는 상상력에 저절로 감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전작 중 단편소설인 <<나무>>는 좀 달랐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독창성이 엿보인다기보다는 기존 유명 작가들의 환상 동화 혹은 소설과 그다지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특유의 지식에서 시작된 상상이라기보다는 뚝! 떨어진 판타지 소설 같은 느낌. 그런데도 <<파라다이스 1>>을 집어들었던 건 작가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책은 그 믿음에 보답한다.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구나...!

1권에 담긴 이야기는 모두 8편. 그 중 "막간의 짧은 이야기"를 빼면 7편의 단편 소설이 각자의 제목을 가지지만  모두 2개의 소제목을 갖는다. 이른바..."있을 법한 미래"와 "있을 법한 과거". 그러므로 <<파라다이스>>를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 가지 실험을 한 듯 보인다. 과거에서 이어지는 상상 가능한 우리들의 "미래"! 각각의 독립된 단편들은 그 자체로서도 훌륭한 이야기가 되지만 이 단편들이 모여 하나의 큰 뜻을 이룸으로서 진정한 "파라다이스"가 되는 것이다.(사실 마지막 책장을 모두 덮고 다시 제목을 들여다 보고서야 제목의 진정성을 깨달았다.)

"예전엔, 집집마다 우편함에 선전 쪽지가 가득 들어차 있었죠. 그만큼 종이를 낭비했던 겁니다. 비닐도 펑펑 썼고요. 숲 전체를 파괴해서 나무를 재료로 일회용 젓가락이나 휴지 같은 걸 만들었죠. 공기, 물, 땅, 모든 것이 더럽혀졌죠. 즉흥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사소한 욕구 해소를 위해서 말입니다."...54p

있을 법한 과거에선 욕망에 따른 현재 우리들의 광기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을 법한 미래에선 그에 따라 벌어지게 될 끔찍한 현실을 미리 펼쳐 보여준다. 조금이라도 환경에 해가 되면 여지없이 교수형을 당하고<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파괴된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생식의 길을 찾게되는 인류를 보여준다거나<꽃 섹스>, 핵 전쟁의 결과로 펼쳐질 미래를 상상<내일 여자들은>, <영화의 거장>하기도 한다. 

간혹 이들 단편 중에는 작가의 장편 소설을 생각나게 하는 같은 소재들을 가진 작품들이 있다. <개미>나 <신> 혹은 <나무> 등의 같은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전혀 다른 전개를 보여줌으로서 작가의 상상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다. 자신의 작품에 다양한 실험을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것은 아닐까.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혀 인류지향적이지 않은 사건들을 한심해하면서 이렇게 지속되었을 때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미리 보여주고 반성하게끔 만드는 것은 아닐지. 그 어느때보다 미래지향적이며 자신의 주제를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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