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세 작품

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ㅣ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외톨이>>는 제 8회 푸른문학상 청소년 부문 수상작 두 편과 역대 수상작가 초청작 한 편으로 이루어진 작품집이다. 많은 청소년 소설들 중에 단편집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단편이라 짧지만 임팩트가 강하다. 아이들의 마음 속 들키고 싶지 않은 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여지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세 작품 모두 심리 묘사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조차도 민망해지고 부끄러워지는가 하면 따뜻한 마무리에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고 미소지어진다. 

<외톨이>를 읽으며 내 청소년 시절의 한 파편이 생각났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묵인 속에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아주 오랫동안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가끔 그 친구가 생각나곤 한다. 옳지 못했음을 알았지만 용기가 없어 나서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곳에서 외톨이들이 생겨나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해자는 다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 세계 속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어디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외톨이들이 생겨난다. 

"아이들이 너와 나를 뜯어말렸다. 너는 키만 컸을 뿐 고무줄처럼 가늘고 매가리도 없었다. 반면 내 뼈는 굵고 단단했다. 그걸 확인하면서 너를 외톨이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17p

친구에서 친구가 아닌 관계가 되는 것은 정말 아주 사소한 틈으로 비집고 들어 온 오해 때문이다. 그 오해를 풀 여유도 없이 주위 사람들에 의해 이들 사이가 결정되곤 한다. 그것은 남들 탓만 할 수는 없다. 계기는 그랬으되 언제나 결정은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외톨이>는 그러한 아이들의 심경 변화가 아주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 흔한 힘의 관계에 따른 주도권 싸움으로 주인공 '샤프'는 키다리가 누명을 쓴 것을 알면서도 그를 외톨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지만 마음 속에서는 자신이 진짜 외톨이임을 깨달으며 죄책감을 느낀다. 

<외톨이>가 진지하게 어두운 면을 부각시켰다면 <캐모마일 차 마실래?>는 단지 봉사활동 시간을 떼우기 위해 시작했던 석이가 왕재수와 아이들의 합주를 우연찮게 도와주기 시작하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도움이 될 거라는 단순한 호의가 다른 이에겐 상처가 될 수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석이의 마음과 독자들의 마음이 조금씩 넓어지고 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중 고등학생들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한다. 우리 아파트 안에서도 저런 일이 어떻게 봉사활동이 되는걸까..싶은 일들을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좋은 뜻에서 시작한 봉사활동 점수제가 참으로 어이없게 생각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요즘 아이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따뜻한 결말을 맺고있어 기분 좋게 읽은 단편이다. 

<한파주의보> 또한 단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가장 무뚝뚝할 때인 중 3의 진오에게 새엄마가 생겼다. 그런 서먹서먹한 관계를 설날의 한파주의보로 얼어버린 수도로 표현하고 있다. 그 며칠의 물난리 속에서 조금씩 녹아가는 새엄마와 진오의 관계가 알콩달콩하다. 

최근 청소년 작품들의 수준이 정말 높아진 것을 느낀다. 외국 작품들도 많이 번역되고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더 많이 공감되는 것은, 아무래도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편의 경우 짧은 시간을 이용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만큼 더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 공부에 지친 우리 청소년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었음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