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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평점 :
일상 속에서는 지지고 볶고 사느라 나라의 소중함을 잘 모르다가, 국가별 스포츠 경기를 하거나 저 멀리 출장이나 여행을 나갔을 때는 그야말로 없던 "애국심"이 발동한다. 어디 저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는지 갑자기 나타나선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안좋은 소리라도 들릴라치면 발끈! 주먹을 쥐게 되는 것이다. 이 땅을 밟고 사는 우리도 이럴진대 저 먼 타국에 나가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견뎌야 하고 인종 차별에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무관심까지 견뎌야 하는 그들이야말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외교관이다.
<<봉주르, 뚜르>>는 그렇게 시작했다. 저 먼 프랑스, 도시에서 떨어진 작은 마을 뚜르로 이사가게 된 12살 봉주가 안아야 하는 나라에 대한 마음으로. 봉주를 그저 동양인 중 한 명으로 생각하고 일본어를 사용하는지 중국어를 사용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열심히 설명하게 만드는 그 알 수 없는 애국심으로 말이다. 게다가 한 번도 한국인이 살아본 적 없다는 이사간 집의 책상에서 봉주는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란 글씨를 발견한다. '살아야 한다'라는 글씨와 함께. 무언가 비장함이 엿보이는 자꾸만 안중근 의사가 생각나게 하는 그런, 글귀다.
소설은 미스테리로 발전한다. 과연 그런 어휘를 사용하여 글씨를 쓸 만한 사람이 누굴까. 몇십 년 전 이야기일까. 어떤 사연으로 그러한 글씨를 쓰게 됐을까. 그렇게 한 발자욱씩 추적해 나아가던 봉주 앞에 뜻밖의 난관이 나타난다.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소개한 토시가 어쩌면 봉주가 살았던 집에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럼 토시가 그 글을 썼을까. 토시는 일본인인데 어떻게 한국말을 할 수 있는걸까. 봉주는 이 비밀을 끝까지 추적해야 할까.
처음 내가 생각하던 "애국심"이란 주제가 방향을 틀었음을 느꼈다. 토시의 정체가 밝혀지며 이 책에는 보다 진지하며 보다 깊은 의미가 담겨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시종일관 그 깊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12살의 봉주와 토시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한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자꾸만 숨죽여 읽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토시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토시의 옆모습을 보면서 학교에서 토시는 일본인, 나는 한국인, 그리고 우리가 써야 할 언어는 프랑스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179p
두 소년의 만남은 아주 짧았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이 짧았다고는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낯선 곳에서 만난 또다른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봉주는,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어떤 편견도 가져서는 안 된다.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나라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런 이념들은 그들에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친구가 되었고 헤어짐이 있었다. 그리고 봉주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임을 우리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