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거짓말쟁이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2
강숙인 지음, 김미정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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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너무 바빠 우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아빠는 언제나 제게 아주 큰~ 분이셨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은 진실의 옳고그름을 떠나 무조건 옳은 것이었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절대적인 신뢰는 사춘기를 거치며 너무나 극적인 반전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언제나 뒤에서 뒷받침이 되어주시던 사랑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가끔, 어린 시절이 떠오를 때면 전체적인 느낌보다는 어느 한 때의 추억이 기업납니다. 아버지가 그랬었지...내가 이런 행동을 했었지..하고요. <<거울은 거짓말쟁이>>를 읽으며 상황은 전혀 다른데도 자꾸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어요. 참 이상하죠? 아마도 그 이유는 아버지에게 100%의 신뢰를 보내던 희주의 모습에 제 모습이 오버랩되고, 희주의 그런 마음을 잘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은 희주 아버지의 모습에 제 기억이 또한 겹쳐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희주는 아버지가 맡으신 학교 연극반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연극반에서는 학예회 때 "백설공주"를 공연하게 되었고 그 누구보다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희주는, 얼굴도 이쁘고 연기도 잘하고 아버지에게 칭찬도 많이 받는 나래 대신 공주 역을 맡고 싶습니다. 하지만 착하기까지 한 나래 앞에서 희주는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나는 나래가 나보다 착한 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얼굴이 백설공주처럼 희고 깨끗하다는 것도."...19p

어쩌면 희주는 백설공주 역할보다 그저 아버지께 인정받고 싶었던 것 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극반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해야 하고, 최고의 공연을 위해 최적의 배역을 정해야 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과 너무나 똑같은 희주가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고 바른 길을 걷기를 바랬던 아버지는, 희주의 바램을 이루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희주는 너무나 서운합니다. 그전까지 아버지와의 관계가 조금 틀어진 것 같습니다. 

"희주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거울을 가지고 있단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잘나고 누가 가장 똑똑하니?'라고 물으면 '당신이 가장 잘나고 가장 똑똑합니다.'라고 대답해 주는 거울 말이다."...61p

내가 꼭 백설공주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 나를 인정하는 내 마음 속 거울이라는 사실을 아버지께서 알려주십니다. 하지만... 그런 충고를 받아들이고 성숙한 아이로 거듭나도 희주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은 풀리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희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 인정"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버지의 "거울이 거짓말을 한 거다"(...93p)라는 단 한마디로 희주는 모든 서운함을 풀어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표현이 참~ 예쁜 동화책입니다. 찡한 감동과 함께 책을 읽어내려가는 것 자체 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문장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렇게 고운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굉장히 감상적이 됩니다. 그래서, 무뚝뚝하고 나를 바라봐주지 않는 것 같은 아버지의 속마음은... 언제나 나를 향해 있고 나를 보호하고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시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마음 속으로는 언제나 네 편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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