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보았던 일러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을만큼 강렬하고 독특한 그림이지요. <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그레이엄 베이커-스미스의 작품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역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의 화려함과는 조금 다르지만 마치 현실 속의 세밀함보다 더욱 섬세한 표현들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다만 <<아버지의 꿈>>의 내용에 맞추어 무척이나 서정적인 일러스트가 되었네요.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에겐 날고자 하는 꿈이 있었지요. 머리 속엔 온통 그 생각뿐이라 아들의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아버지는 혼신을 다해 함께 놀아줍니다. "하늘을 나는 꿈"이 다시 아버지의 생각을 차지할 때까지요.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꿈은 매번 좌절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라의 부름을 받아 카키색 군복을 입고 전쟁터로 떠난 아버지. 이후 아들은 아버지를 기다리듯이 아버지의 꿈과 함께 자랐습니다. 아버지 대신 아들이 하늘을 납니다. 단지... 하늘을 나는 기계를 발명하기 위한 "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이 이야기가 작가의 어릴 적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요. 종종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자신의 꿈을 아버지의 꿈과 동일시하는 많은 아들들을 보곤 하니까요. 이 꿈은 직업이 될 수도 있겠고, 취미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대대로 이어지는 가훈처럼 "마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꿈>>에서는 아버지의 진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물론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진한 그림움도 느낄 수 있지요. 아들에게 전해진 아버지의 꿈은 또 그 아들에게로, 또다시 그의 아들에게로 전해질 것입니다. 아버지의 사랑과 함께 말이죠. 빠알간 양귀비꽃이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