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슬픔 - 엉뚱발랄 과부 소피의 팍팍한 세상 건너기
롤리 윈스턴 지음, 송정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슬픔은 겪고 싶지 않은, 지속되는 고통으로 인한 감정인데 "좋은" 슬픔이라니.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며 조금씩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된다. 슬픔을 치유하는 데 있어 그저 나쁘게 자꾸 안으로만 움츠러들지 않고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좋은 슬픔이 아닐까....하고.

배우자의 죽음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지. 나는 있다. 생각하기도, 상상하기도 싫었지만 의사로부터 조금만 늦었어도 죽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된 남편의 죽음은... 상상만으로도 정말 끔찍했다. 특히 생활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정신적인 지주로 생각하는 남편을 잃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리학에서는 배우자의 죽음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분류하고 있다. 견딜 수 없을 만큼의 고통, 바로 엄청난 "슬픔"이다. 

소피는 3개월 전 남편을 암으로 잃었다. 병간호 하는 동안 받아들일 시간이 있었는데도 막상 그가 죽고나자 모든 것이 거짓말인 것만 같다. 건강했을 때의 남편이 아니어도, 그냥 그 존재 자체가 집 어딘가에 있을것만 같은 그 느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 남들이 봤을 때는 말도 안되는 행동을, 슬픔에 휩싸인 사람들은 종종 하게 된다. 잠옷을 입고 회사에 출근하고 진정제에 취해 술 취한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이 너무나도 극심한 슬픔이 끝도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소피에게... 그저 시간만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그렇게 그냥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우린 정말 행복했어요."...131p

남편과의 좋지 않은 기억(병으로 고생했던)만 가득했던 집을 팔고 아주 먼 곳으로 이사하면서 소피는 그곳에서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정말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가끔 일중독인 남편 때문에 속상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지만 결국은 아주 행복한 3년여의 결혼 생활을 보냈다는 그 추억이, 소피를 조금은 안심하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홀로 서기 시작하는 소피의 새로운 시작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좋은 슬픔>>은 미망인이 된 소피의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과 새로운 도전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이다. 결국엔 극복했느냐가 아닌,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느냐가 중요한 이야기이다. 때문에 이 소설의 중간 소제목들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을 때 겪게 된다는 심리적 과정을 담고 있다. "부정 - 분노 - 우울 - 타협  - 받아들이기". 이 과정을 거치며 소피는 조금씩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미래"와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관계를 만들어가게 된다. 특히 큰언니의 관계로 만나게 된 크리스털과 소피의 관계는 무척이나 이상적으로 보인다.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방적 관계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받아 슬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이어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배우자의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이지만 무척이나 밝고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아주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계속해서 어둡지 않고 밝은 분위기를 내며 "미망인"이 겪었을 그 심리적 압박과 고통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에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다. 사회에서 미망인에게 기대하는 감정들과 자신만의 죄책감을 벗어던지는 소피가 참으로 멋지다. 훈훈한 마무리는 이 소설의 디저트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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