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의 이름
아케노 데루하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참으로 독특한 책이다. 표지부터 페이지 겉라인까지 온통 새카맣게 둘러쌓여 있다. 추리소설이라지만 전체적으로 무섭다거나 스릴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이라는 존재의 심리를 아주 잘~ 쫓아갈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어느 일면을 느낄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나라에서라면 "어째서?" "왜?"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까..
아소 도코는 꽤나 잘나가는 사업을 하는 젊은 여성 사업가이다. 남들이 보았을 때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외모와 캐리어, 센스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는 그녀를 신봉하며 뒤에서 말없이 모든 일을 도와주는 히사에라는 동생이 있고 이 두 사람의 갭이 점점 커져갈수록, 서로는 서로를 더욱 필요로 하는 삶을 살아왔다.
처음에는 도코가 하는 "사업"이라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심부름센터와도 비슷한 도코의 사업은 거의 사기에 가깝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도코를 찾는다. 자신의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말도 안돼!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도코가 말하는 사회에 비슷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을 사기 위해 거리낌없이 돈을 사는 사회가.
"꿈을 꾸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 과거에는 물건으로 행복해질 수 있던 시대도 있었어요. 전자제품, 옷, 보석...... 하지만 이제 모두 대부분의 물건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가지고 보니 물건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오히려 집 안에 넘치는 불필요한 물건들은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 뿐이죠. 돈을 지불할 거라면 물건이 아니라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시간을 사고 싶다, 행복한 기분을 사고 싶다."...86p
<<너의 이름>>에서는 주인공들의 사고나 벌어지는 사건들이 모두 무척이나 극단적이다. 작가는 여성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작품들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남자들에게 버림 받거나 잘못된 사랑을 하고나서 다시 자신만의 삶을 되찾기 위한 두 주인공의 삶이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거기에만은 공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 두 주인공들을 닮은 사람들은 꼭 어디엔가 있을 것도 같다. 철저하게 우울해져 그림자 뒤의 삶을 살거나 완벽하게 변신하여 연극 속의 삶을 살거나. 처음엔 사회적인 모순을 그리려던 것처럼 보이던 소설은 뒷부분에선 히사에와 도코와의 관계로만 비쳐진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어쩌면 작가는 일본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너무 많이 보령주려 했던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