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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제목을 보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느낌, 감정들이 이 책을 읽는 와중에 왔다가 간다.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책을 골라서 읽는다는 건 바로 이런 느낌인가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고 놀라게 되는 사실들!
처음 <약국>을 읽기 시작했을 때 등장하는 헨리 키터리지라는 이름을 보고... "올리브 키터리지"는 사람의 이름이구나~(즉, 주인공의 이름이구나!)하고 생각한다. 두번째 <밀물>을 읽고 있자니 뭔가 느낌이 다르다. 첫번째 <약국>에서는 올리브보다는 헨리에게 초점이 맞춰지더니, <밀물>에서는 제자 케빈에 대한 이야기다. 아!!! ... 이 책은...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이 여성이 사는 동네 사람들의 삶, 인생을 그린 단편 소설이었다. 도대체 나는 이 소설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사실 <약국>에서 올리브의 남편 헨리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그가 속으로는 다른 여자에게 연정을 품었을지라도) 이 책의 전체를 구성하는 "올리브"를 주인공으로 여기기가 참으로 불편했다. 올리브는 착한 남편 헨리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고, 아이 앞에서 비난을 하며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대며 강요할 줄만 아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전혀 훌륭한 "엄마"와 "부인"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내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의 행동에서 "나"의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설은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도 무척이나 어둡다. 유전적으로 우울증을 갖은 것을 비관하며 삶을 마무리 지으려는 케빈의 이야기<밀물>나, 거식증의 니나를 중심으로 중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하먼과 데이지의 이야기<굶주림>, "예의"상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함으로서 한 가정에 어떻게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지<겨울 음악회> 등 <<올리브 키터리지>> 의 배경은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 국한되어 있지만 우리의 삶과 인생을 이루는 아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정말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너무나 적나라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편한 감정들과 사건들을 아무런 보호막 없이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그냥 책을 덮고 피해버리고만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계속 읽게 되는 원동력은... 그 적나라함이 바로 우리의 삶 속에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에 똑바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이 모든 상황에 너무나 공감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10대에서부터 70대 노인들까지 다양하지만 주축을 이루는 올리브의 중년 시절부터 황혼기에 이르기까지의 삶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중년 이후의 여성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깊은 공감에 눈물이 흐를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 헨리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이 부부의 정서적 이탈에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고, 헨리의 뇌졸증을 참으로 오랫동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로인한 올리브의 공허감이 마치 내 일인양 느껴졌달까.
"때때로, 지금 같은 때,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378p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읽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헨리가 죽었어도 올리브의 삶은 계속되었고 아들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세상에 버림받은 느낌으로 우울한 나날이 계속되었을지라도 결국은 올리브에게 계속 살아갈 만한 힘을 주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마지막 그날까지.... 세상에 등지지 않고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역시 "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