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왕자>>는 우리에게 참으로 익숙한 동화죠. 내가 어렸을 적부터 참으로 다양한 버전으로 읽었고,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아 그 아이에게 또다시 다양한 책으로 들려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이 동화가 정확하게 누구에 의해 씌여졌는지는 잘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저 이솝 우화나 서양의 전래 동화 같은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제, "네버엔딩 스토리" 시리즈의 <<행복한 왕자>>를 두 손에 들고서야 이 잘~ 알려진 동화가 오스카 와일드의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되네요. 책 <<행복한 왕자>>는 당연하게도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집입니다. 정확하게는 1888년에 출판된 <<행복한 왕자>>와 1892년에 출판된 <<석류나무의 집>>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가 익히 알던 내용들을 "원작"으로 읽는 기쁨은 무척이나 큽니다. 사실 "행복한 왕자"를 비롯하여 수많은 이솝 우화나 탈무드 등의 짧은 이야기들은 삭제되고 바뀌어서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 된 채 여러 권의 다른 책에 실리곤 했잖아요. 그렇게 알려진 이야기들과 원작은 어떤 부분이 다르고 어떤 부분이 같은 지를 잘 더듬어보며 읽다보면 아주 짧은 단편 속에서도 큰 즐거움과 감동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답니다. 하지만 <<행복한 왕자>>를 전체적으로 볼 때, 그다지 행복한 결말을 맺는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우선 마음이 따스해지지만 그 가치를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던 "행복한 왕자"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온 몸을 내던져 사랑을 이루게 해주려고 노력했던 나이팅게일의 희생이 덧없게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나이팅게일과 장미"도, 친구란 무엇인지를 이론적으로 펼쳐 놓으며 자신은 그 무엇도 내놓으려 하지 않았던 "헌신적인 친구"의 이야기도... 너무나 현실적인 사람들의 배타성과 이기성을 그대로 드러내어 한쪽 가슴이 아려오는 것 같습니다. "왕자는 아름답지 않기 대문에 더 이상 쓸모가 없습니다."...23p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동화들은 사물과 동물의 의인화를 통해 우화의 성격을 띄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분히 현실 비판적입니다. 자신이 최고로 잘났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자신을 낮출 줄 몰랐던 "비범헌 로켓 폭죽"의 로켓도 그러했고, "스페인 공주의 생일"에서 아름답지만 너무나 차가운 마음의 공주를 통해서도 나타납니다. "별 아이"에서는 권선징악의 형태를 띠지만 결국 왕은 오래 살지 못하는 비극으로 끝을 맺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은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 것일까요. 반복되는 문장이 중간 중간 배치되었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나이팅게일과 장미"에서 나이팅게일이 듣는 대답들 속에서, "헌신적인 친구"의 그럴듯한 번지르르한 말 속에서도, "어부와 영혼"에서 영혼이 젊은 어부를 꾀어내는 과정 속에서도 그 문장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감탄합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문장과 비극적이고 너무나 현실적인 내용이 서로 어우러져 도저히 손을 놓을 수 없는 매력을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환상적인 이야기들인 동시에 무척이나 현실 직시적인 이 오스카 와일드 동화의 매력에 빠져 보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