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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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그리 즐거운 이야기만은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너무 슬픈 동화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허구가 아닌 실제 인물 황금주 할머니와 작가가 만나 함께 경험하고 들은 할머니의 이야기로 "은비"를 통해 전해지니 더욱 설득력 있고 진실한 이야기가 된 듯합니다. 

은비는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옆집에 사는 귀신처럼 무서운 할머니에게 겁을 먹습니다. 어느 날 TV에서 할머니를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너무나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할머니에게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리고 뉴스에서 들은 "위안부"라는 단어에 관심을 갖게 되지요. 더군다나 문방구를 다녀오던 저녁, 나쁜 일을 당할 뻔했던 은비는 자신과 할머니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겉으로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이 전부가 아닌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는 은비와 할머니의 인연 속에 할머니의 삶이 들어가 있는 듯한 구조입니다. 은비가 할머니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할머니의 삶에 대해 알게 되는 장면이 있는거죠. 그렇게 실제 위안부셨던 황금주 할머니의 삶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할머니의 치매가 더욱 가슴이 아픈 것 같습니다. 그 누구보다 당당히 가슴을 펴고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셨던 할머니가, 고향에 가는 것 만큼은 부끄러워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사셨던 할머니가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 그런데요 할머니, 그렇게 멀리 끌려가서 몹쓸 짓을 당한 게 할머니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부끄러워하셨어요? 고향에도 안 가고 엄마랑 동생들도 안 만나고. 난 할머니처럼 살지 않을래요. 이젠 그날 밤 일 다윈 다 잊을 거예요. 아직 이렇게 어린데 꽃도 못 피우고 시들시들 말라가면 억울하잖아요. 전 누구보다 예쁜 꽃으로 피어날 거라고요!"...121p

1년에 한 번 정도는 뉴스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농성 집회가 방송되는 것을 보고는 합니다. 하지만 한 번도 그분들을 위해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거나 어떤 행동을 한 적은 없는 듯해요. 물론 마음으로는 그런 일들을 당하신 할머니들이 안타깝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요. 이제 그 일은 아주 먼 옛날의 일이 되어서 위안부 할머니들도 한 분 한 분 돌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래알이 빠져버린 모래시계가 되고나면... 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픔을, 원한을... 누가 기억해줄 수 있을까요.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를 읽고나니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은비가 옆집의 할머니를 이해하고 오래오래 기억하려고 노력하듯이, 이렇게 진실을 알려주는 책들이 아이들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모래알이 다 빠져버린 모래시계가 아닌, 다시 되돌리고 되돌릴 수 있는 모래시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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