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고트프리드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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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읽었던 <허풍선이 남작> 이야기가 더이상의 삭제나 미화되지 않은 채로 "완역"되어 출간되었다. (완역을 무지하게 사랑하는 나. ^^) 그래서인지 동화책으로만 접했던 그 이야기와 엄청, 무지, 진짜 다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원작 그대로는 동화책으로 만들 수 없었을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런데 왜! 우리는 동화책으로 이 책을 제일 먼저 접했을까. 그 답은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의 도를 넘는, 진짜 말도 안되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절대로 믿지 않을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기 때문이리라. 

눈에서 불이 번쩍 나는 것을 이용하여 총 점화관에 불을 붙이고(이건 언어유희가 아닌가!ㅋ) 수렁 속에 갇힌 자기자신을 자신의 팔로 들어올려 구하는가 하면, 자신이 던진 도끼를 가져오기 위해 콩나무를 심고 달까지 다녀왔다는... 그저 헛웃음이 나올법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자신만은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고 그 당위성까지 설명하는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면 과연 이 남자는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일까, 사기꾼일까...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저 우습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뮌히하우젠 남작)의 말도 안되는 여행 이야기 속에 그당시(1700년대)의 풍습이나 문화 사건 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동물 학대와 환경 오염이라고 불릴 만한 만행도 서슴지 않아 그당시 생활이 어땠는지를 잘 알 수 있고 그가 직접 참여했다는 러시아-터키 전쟁이나 스웨덴 전쟁, 독일 헤센-카셀 지방의 어떤 관리에 대한 암시, 열기구 이야기 등을 통해 당시의 이슈화된 사건들을 풍자함으로서 이 책이 얼마나 인기가 많았을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독일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이야기에 자신의 사냥 실력을 자랑하기 좋아했다는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야기를 접목시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욱 놀랍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전래동화인 <줄줄이 꿴 호랑이>(꼬챙이에 꿴 메추라기나 베이컨 한 조각으로 연결된 오리 이야기)나 <재주 많은 네 친구>(뮌히하우젠 남작의 다섯 부하들) 이야기와 무척이나 비슷하다. 

그의 마지막 마무리 이야기는 그야말로 대미를 장식한다. 그는 신들을 만나고 지구를 통과해 반대편 장소에 닿는가 하면, 성경에 나오는 우유와 꿀이 흐르는 장소에도 머물렀다니 그야말로 허풍의 극치를 달린다. 그러고도 자신의 말은 진실일 뿐이며 거짓을 말하는 것은 죄를 받아 마땅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진실이니 거짓이니 하는 것을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 나 자신도 너무나 재미있었던 여행이나 추억은 스스로도 미화시키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에도 조금씩 부풀려지니 말이다.^^

최초의 판타지라 할 수 있을까. 사뭇 듣기에 "말도 안돼!" 싶긴 해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잠시라도 힘든 현실을 잊을 수 있고 기쁨을 느끼며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은 그당시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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