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도 - 그림으로 읽는 『구운몽』 키워드 한국문화 3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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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읽었던 전래동화 중 가장 인상깊었던 책이, 바로 <구운몽>이었다. 어린이를 위한, 아주 짧고 원본에서 많이 각색된(교육적으로..^^) 동화였지만 그때까지 읽었던 <금오신화>나 <홍길동전>을 비롯한 다른 이야기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랑 이야기와 꿈 속의 꿈 이야기로 무언가 몽환적이면서도 진실을 알 수 없었던 그 이야기 구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였다. (당시 사춘기가 막 시작되었던 나는 연애 이야기와 SF에 푹~ 빠져있었다.ㅋ) 그 이후 <구운몽>을 다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대강의 내용과 그때의 내 마음은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그림으로 읽는 <구운몽>이라는 소제목을 단 키워드 한국문화 <<구운몽도>>는 내게 새로운 시도 같아 보였다.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마음과 그냥 소설이 아닌 그림으로는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점이 무척 신선하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인상깊은 장면이나 자신이 느낀 중요한 부분을 다시 그림으로 그려 표현하곤 한다. 이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인가보다. 또한 지금이나 옛날이나 다를 것이 없다. <구운몽>이라는 소설이 비록 사적으로(김만중이 어머니 윤씨부인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지기는 했지만 그당시 대단히 유행을 하고 이후 책으로 출간되어 위로는 임금에서부터 아래로는 기생들과 일반 서민들까지 즐겨 읽는 소설이었다니 그 위세가 실로 엄청나다. 이러한 형편이니 그저 글로만 읽는 소설이 아닌, 그림으로도 보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었으랴. 키워드 한국문화 <<구운몽도>>는 현존하는 구운몽도 여러 점으로 살펴 본 소설 <구운몽>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림으로는 그 이야기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와 그 용도를 추리해보고 구운몽이 갖는 의미 등에 살펴 본 책이다. 

"이 책은 <구운몽도>를 가지고 <구운몽>을 읽은 것이지, <구운몽>을 가지고 <구운몽도>를 읽은 것이 아니다."...머리말

<<구운몽>>의 내용 자체가 풍류를 즐기고 낭만적인 내용이기 때문인지 <구운몽도> 또한 대부분 무척이나 밝은 색채와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보아 온 그림들(민화)보다 훨씬 화려한 것 같다. 절에서 본 탱화의 그 색감과 거의 맞먹는다.

                     
<구운몽도> 적격홍 장면, 경기대학교 박물관 소장   <구운몽도> 진채봉 장면, 경기대학교 박물관 소장

<<구운몽>>의 내용과 <구운몽도>를 비교해 본다면, 그 내용이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참 재미있는 발견이다. 

"<구운몽도> 병풍이 지닌 특징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첫째 다른 그림들과 혼합된 병풍이 드물지 않으며, 둘째 이야기 차례와 그림의 순서가 일치하는 것이 없고, 셋째 소설 내용과 차이가 있는 그림이 적지 않으며, 넷째 어떤 내용을 그렸는지 특정할 수 없는 그림이 드물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28p

우리가 책을 읽고나면 그 중요한 내용은 기억하되 세세한 표현까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구운몽도>가 꼭 그렇다는 것이다. 단지 그 내용 속의 이미지만 차용한다는 점에서 소설 <구운몽>의 중요한 키워드인 "자유"를 <구운몽도>에서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림들은 화가의 실력 차이에 따라 조잡하게도, 훌륭하게도 보이지만 그 그림들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에 그림만 보아도 어떤 장면인지 잘 떠올릴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장면이라도 무척이나 다르게 표현되기도 한다. <<구운몽도>>는 바로 이런 재미를 깨달을 수 있다. 또한 <<구운몽도>>에는 전체적인 기본 내용 외에 "키워드 속 키워드"라는 코너를 통해 <구운몽>이나 <구운몽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한 작품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구운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니 원전 소설 <구운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이 <구운몽>의 사상이나 교육성 등을 따진다 해도, 결국 <구운몽>을 읽는 재미는, 서로 속고 속이며 즐겁게 희롱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행복함을 느끼고,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살벌하고 메마른 현실을 살짝 빠져나오게 하는 탈출구"(...174p)로서의 역할이 가장 충실하다고 나 또한 생각한다. 이제 짧고 교육적으로 각색된 동화가 아닌 한문소설을 잘 완역한 소설로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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