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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지 4 - 사비에 이는 서기
김정산 지음 / 서돌문학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고구려가 수나라와 몇 년에 걸쳐 싸움을 하고 있을 때의 백제는 신라를 치기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 나아가고, 신라는 점점 더 백반 무리가 판을 치고, 백정왕은 총기가 흐려져 나라는 점점 기울어져 간다.
한 나라가 몇몇 무리에 의해 이렇게까지 쇠퇴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한 듯 보이면서도 또한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결국 신라가 통일하게 되는 결과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어찌하여 이렇게 국운이 쇠락해가던 신라가 그런 대업을 이룩할 수 있었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우선은 백반 무리에게 힘을 주었던 만호태후의 죽음과, 또한 아들 춘추를 위해 진골로 골품을 낮추면서까지 정계에 다시 돌아온 용춘의 결심이 밑받침이 되었을 것이다.
"나리께선 대체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지낼 작정입니까? 더 이상 늙은 임금과 어리석은 자들의 손에 국사를 맡겨둬선 안 됩니다. 이 나라가 누구의 나랍니까? 나라가 망하면 간신배의 나라만 망하는 게 아니올시다. 나리와 제 나라도 망합니다. 이제 그만 한가로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나리가 직접 혁신과 광정의 길로 나서야 합니다. "...127p
아무리 조정 간신들이 득세한다 하여도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의인들이 있고 그 뜻이 하늘의 뜻과 맞는다면(4권에선 유난히 하늘의 뜻...운명론이 자주 회자되는 듯하다) 나라는 망하지 않을 수 있나보다.
<삼한지 1>에서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인물인 "비형"이... 벌써 마흔이란 나이가 되었다. ㅠㅠ 신통방통한 재주를 갖고 있어 큰 역할을 할 줄 알았던 비형이라는 인물이 아주 조금 나와서 섭섭했고, "선덕여왕"의 비담이.... <<삼한지>>에선 너무나 다른 인물(백반의 둘째 아들이며 전혀 보잘 것 없는...)이어서 너무나 급실망....ㅋ
하지만 <<삼한지>>에는 간혹 전율이 이는 장면들이 있다. 유신이 백석을 따라 백제로 가려다 돌아온 장면이나, 용춘이 비형과 마주치는 장면 등은.... 삼국의 큰 역사 틀 속에서 아주 작지만 이 긴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갈 힘을 주는 장면들이다. 백제 장왕이 신라에 전쟁을 낼 때마다 간계(병법으로 부를 수도 있겠지만...)를 부려 눈쌀이 찌푸려져도, 한낱 종으로서 나라를 구한 벌구의 이야기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 여왕의 시대가 도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