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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 - 신석기 시대 ㅣ 사계절 역사 일기 1
송호정.조호상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2009년 12월
평점 :
"역사"는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듣고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게 있어 역사는 당연히 암기 과목이었고, 그렇기에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렇기에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박물관에 데리고 다녔다.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차치하고 우선은 가깝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램에서였다.
최근엔 역사책이 참으로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더욱 자연스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하는 노력을 알 수 있어 부모로선 무척이나 감사하다. <<곰 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는 "일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기라는 것이 자신의 생활, 생각, 느낌 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더없이 좋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이야기는 기원전 3000년 3월 24일... 긴긴 겨우내 저장해 두었던 먹을거리가 거의 떨어져 가고, 사냥이나 농사를 짓기엔 아직 이른 계절...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어떤 먹거리를 구해 먹었는지부터 시작된다. 한 해의 시작인 이른 봄인 것이다.

봄이 다가와 사냥의 계절이 오면 사냥에 쓸 도구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나물이나 과일 등은 어떻게 채집하는지, 사냥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등을 사슴뿔이의 일기를 통해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밭을 일구고, 다른 부족과 물물교환을 하고, 강에서 물고기도 잡으면서 여름을 맞이한다. 책에는 날개 페이지가 있어 그것을 펼치면 일기를 읽는 것만으로는 자세히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실려 있어 전혀 부족함이 없다. 옷감 짜는 법, 무덤의 종류, 신앙과 예술에 따른 토기나 그림 등등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며 지냈는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체적으로 사슴뿔이네 씨족이 "곰" 씨족이고, 사슴뿔이의 아빠가 호랑이 씨족에서 장가를 왔으므로 이 이야기는 우리의 단군신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장가를 왔다"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씨족이 남성 중심이 아닌, 모계를 위주로 이루어 진다는 사실이다.

누가 어떤 음식을 구해 왔든, 공정하게 골고루 나누어 먹고 함께 의논하고 마을 일도 함께 하는 모습이 일기를 통해 드러난다. "일기"라는 매체를 통해 아이들에게 신석기 시대를 이렇게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사슴뿔이의 일기는 역사적 생활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위기에 처한 째진눈이를 위해 아이들이 함께 멧돼지 사냥을 나가 성공하는 모습은, 감동을 주기까지 한다.

재미 없다고 느낄 수 있는 역사를 자기 또래의 일기를 읽으며 아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재미와 감동까지 주는 책이다. 일기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석기를 지나 고조선과 고구려... 등 앞으로 나올 역사 일기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