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끈기짱 거북이 트랑퀼라 ㅣ 그림책 보물창고 6
만프레드 쉴뤼터 그림, 미하엘 엔데 글, 유혜자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미하엘 엔데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그 느낌이 무척 다르다. 그러니까 이 사람의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가 누구인지를 보기 전까지는 누가 쓴 글인지 전혀 짐작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분의 작품에는 공통된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은 "희망".... 글이 짧든 길든 어떤 주제와 소재로 이야기가 시작되든... 결국, 마지막엔 희망이라는 불씨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하엘 엔데의 책에 자꾸만 손이 가나보다.
<<끈기짱 거북이 트랑퀼라>>는 그림책이다. <<끝없는 이야기>>의 페이지 수에 비한다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짧은 그림책이지만, 끈기짱 거북이의 등장 탓인지...ㅋㅋ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 우리 아이가 5살 때부터 잠자리 동화로 자주 고르곤 했던 이 그림책을 읽어줄 때마다... 너무나 좋아히지만, 제발 소리내어 읽고 싶지만은 않은 딜레마에 빠졌었더랬다. 너무나 느리고...느리고...느린 이 트랑퀼라 때문에. 하지만 역시 그 느림 덕분에 우리 아이는 금방 잠이 들곤 했다.^^
날씨가 맑고 눈부신 어느 날 아침, 거북이 트랑퀼라가 엉금엉금 기어 나와 아침을 먹고 있을 때, 그 옆 기름나무 가지에 비둘기 한 쌍이 다정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동물의 대왕 레오 28세가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 이 결혼식에는 몸이 크건 작건, 늙었건 어리건, 뚱뚱하건 가냘프건, 사는 곳이 물이건 땅이건 동물이란 동물은 모두 초대 받았단다. 그러니 트랑퀼라라고 가지 말란 법이 없다. 트랑퀼라는 그 때부터 쉼 없이 느릿느릿 한 발짝씩 앞으로 기어간다.

가는 길에 바느질쟁이 거미 파티마도 만나고, 미끈미끈 달팽이와 몽당다리 도마뱀 짜카리아스를 만나지만 이들은 모두 트랑퀼라에게 그곳은 너무 먼 곳이라고 느림보 거북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하고 돌아가라고 하지만 그 때마다 끈기짱 거북이 트랑퀼라는 그저 묵묵히 한 발짝 한 발짝씩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밤이고 낮이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던 트랑퀼라는 레오 28세가 뾰족이빨 호랑이와 결투를 하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미 트랑퀼라가 그곳으로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꽃이 활짝 핀 나무들이 가득한 숲에 도착한 트랑퀼라는 그곳이 동물들의 대왕이 머무는 동굴 앞이며 바로 지금, 새로운 대왕 레오 29세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그리고 축하객들 속에서 좀 피곤해 보이기는 하지만 무척 행복해하는 끈기짱 거북이 트랑퀼라가 이렇게 말했어요.
"거봐! 내가 제 시간에 도착할 거라고 했잖아." "...(본문 발췌)
모든 이들이 생각하기에 터무니 없고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생각되는 불가능한 일을 끈기짱 거북이 트랑퀼라는 그의 결심에 따라 그저 한 발짝씩 한 발짝씩 옮겨 이루어내었다. 때론 미련하고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으나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내딛는 트랑퀼라의 의지는, 그리고 결국 그가 목표한 곳에 이르러 보게 된 그 아름다운 장면 속에서 트랑퀼라의 모습이 더욱 값지며 감동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하는 트랑퀼라의 여행은 때론 읽는 이들도 지치게 할만큼 느리고 힘든 것이었지만 끈기짱 거북이 트랑퀼라는 절대 멈추거나 뒤돌아가지 않는다. 그 모습이 때론 애처롭기도 해서 결국엔 함께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트랑퀼라가 가르쳐 주는 것. 그것은 바로 의지와 끈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