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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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가벼운 성장 소설인줄로만 알았다. 표지에 커다랗게 "요노스케 이야기"라고 누구라도 저건 요노스케의 이야기구나...싶게 드러내놓고 있었고, 뒷표지를 보면, 요노스케를 일컫는 그의 성격은 " 빈틈투성이, 엄벙덤벙, 헤벌쭉 속편한 녀석. 늘 타이밍을 못 맞추는 어리바리한 열여덟 청춘"이라며 이 소설이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인지를 피력하고 있었으니...  그렇다고 뭐, 이 소설이 유쾌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읽는 내내 요노스케와 그 주변인물들의 엉뚱함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들의 젊음이 가져다주는 풋풋함과 어설픔이 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도쿄로 상경한 요노스케가 이 도시에 적응하며 한 발 한 발 성장해 나아가는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 신나게 읽어나가다가 멈칫! 했던 부분은 유이와 구라모치의 20년 후 이야기가 불쑥 나왔을 때이다. 사실 대부분의 성장 소설들은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끝내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20년이나 지난 후의 결과(미래 혹은 현재)의 이야기를 이렇게 내어놓을 줄은 몰랐다. 그렇기에 그 결과가 조금은 우울하거나 남들이 봤을 때 성공적이라고 보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읽는 입장에서야 기분 좋은 일이다. 무언가 결말이 난 것 같다고 할까?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 알고 싶어 그녀와 같은 직업을 가진 주인공의 소설을 읽고 싶지만 막상 두려워서 손도 대지 못하는 요노스케. 친구가 보기에 무척 속없이 보이기는 해도 사실은 진지하게 들어줄 줄도 아는 사람. 미래를 계획하거나 장래에 대한 고민 없이 되는대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 같은 요노스케이지만 워낙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요노스케라는 인물에 흠뻑 빠져들어 그 주변인물의 20년 후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요노스케의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무척 컸다. 어떻게 자랐을까... 

하지만 내 즐거운 상상은 실제로 일어났던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과 함께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알게 된 그의 죽음은 그래서 조금 슬프다. 아무리 그것이 의로운 죽음이라 해도... 하지만 어쩌면 1년 동안 쭉~ 따라온 요노스케의 생활에서 이러한 결말을 예측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애는 틀림없이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을 거다. '틀렸어, 구할 수 없어' 가 아니라, 그 순간 '괜찮아, 구할 수 있어'라고 믿었을 거다. 그리고 이 아줌마는 그렇게 믿었던 요노스케가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483p

왜일까? 요시다 슈이치는 왜 굳이 이들의 20년 후의 이야기를 군데 군데 넣어 이들 인생의 결과를 보여주려 했을까... 처음엔 의아했지만, 중반을 넘어 끝으로 달려가며 어렴풋하게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여 결정한 선택이, 혹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정했던 그러한 선택이 10년, 20년이 지난 후에 어떠한 결과를 내는지를 작가가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요노스케와 어떠한 방식이든 만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또 각자 개인적으로 여러 경험을 하고, 사건을 겪는 사이에 자신들의 길을 찾고, 결정을 하고, 마침내 자신의 인생이 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말이 있던가... 우리는 매일매일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대한 문제까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때로는 너무나 당연하게, 때로는 며칠씩이나 고민하며 내린 이 결정에 우리는 후회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아마도 어떤 결정에 어떤 영향이 미쳤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고나니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속이 꽉~ 찬 느낌이랄까. 지금의 나를 만든 내 젊은 시절엔 어떤 일들이 있었나... 생각해보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앞으로의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하면 매 순간순간이 조금 더 소중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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