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뿔났다 와이즈아이 나만의 책방 1
고정욱 지음, 이민혜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엄마들끼리 만나면 하는 얘기는, 온통 누구네는 어느 학원에 보낸다더라... 누구는 어딜 보내는데 성적이 쑥쑥 올랐다더라... 또 누구는 어떤 학습지를 한다더라...라는 얘기다. 엄마만 중심을 잘 잡으면 공부는 아이가 하는 것이므로 아이 스스로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엄마들은 없다. 하지만 일명 "정보 싸움"에 뒤질까 엄마들은 촉수를 높이 세우고 있다. 내 아이가 조금 더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지만 그 마음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는지를 들여다본 적은 있는지.

<<아들이 뿔났다>>는 온갖 학원에 시달리는 보람이를 통해 스트레스가 심하게 쌓이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동화책이다.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살기가 힘들어지며 부모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이런 스트레스를 밖이 아닌, 집에서 ... 가족에게 풀고 있지는 않은지... 

보람이는 학교가 마치면 보습 학원으로, 영어 회화 학원으로, 그 다음은 태권도 도장에 가고 저녁을 먹으면 기체조를 하러 다닌다. 그 모든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가도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빠는 합병 때문에 위태로운 회사 일로 밤 늦게, 엄마는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시고 저녁 늦게 들어오시기 때문이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학원에서 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엄마가 화풀이로 자신에게 쏟아내는 잔소리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 

"또 시작이었습니다. 엄마는 자신의 감정이 북받치면 약속해 놓은 거라든가, 합의해 놓은 사항들을 다 무시했습니다."...32p

이 얼마나 리얼하고 찔리는 대목인지!!! 아이에게 그러면 안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가장 안되는 것이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인 것 같다. 보람이는 이러한 엄마의 감정까지도 잘 알면서 꾹~ 참아오다 결국 강아지 "삐삐" 일로 폭발하고 만다. 

"학원과 과외 스트레스 때문에 나도 모르게 뿔이 자랐다. 나는 그 뿔로 엄마 아빠를 찔렀다. 엄마 아빠는 내 뿔에 찔려서 굉장히 아파했다. 하지만 찌르고 보니 그 뿔이 나를 찔러서 나도 아팠다. 할 수 없이 나는 뿔을 잘라냈고, 다시는 엄마 아빠를 뿔로 받는 일은 없었다. 
못된 송아지는 엉덩이에 뿔이 난다는데 나는 머리에 뿔이 났다. 뿔로 누군가를 찌르는 일은 찌르는 사람도 아픈 일이다. 가족들은 뿔이 크게 자라기 전에 서로서로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주고 보살펴 주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한 것같다. "...118p

부모들 만큼이나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음을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 동화인지... 상황이 정말로 사실적이어서 너무나 공감되는 동화책이었다. 느끼는 부분과 감정이 같은지, 우리 아이도 재미있다며 몇 번이나 읽는다. 혹 내 아이에게 뿔은 자라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나도모르게 화풀이 한 적은 없는지... 다른 데서 스트레스 받은 것을 아이에게 푼 적은 없는지... 아이에게 다른 일로 스트레스 주는 일은 없는지... 

부모들의 잔소리는 아이가 잘 되었으면...하는 바램에서 시작되지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건강일 것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를 위해 우리 아이 머리에는 뿔이 나지 않았나... 살펴보는 부모의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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