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구 막힌 날 책읽는 어린이 노랑잎 1
이퐁 지음, 정승희 그림 / 해와나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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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에게 "발표"란 정말 죽기보다 더 싫은 일이었다. 워낙 내성적이라 친구들과는 잘 얘기할 수 있지만, 조금만 수가 많아져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얼굴은 홍당무보다 더 빨개졌으며 그저 땅으로 꺼져버리고 싶은 생각 뿐... 그건 답을 알고 모르고와는 상관이 없다. 그저 "발표"라는 것 자체가 싫은 거다. 

<<하시구 막힌 날>>의 인호 또한 발표가 싫은가보다.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 밖으로 제대로 나오질 않는 걸"(...16p) 피하기 위해 인호는 선생님 책상 밑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아이들은 그렇게 지금 당장 문제에서 빗겨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

그런데 인호가 그 책상 밑에서 발견한 것은 바로 "하시구". 하시구란 시간을 내보내는 구멍인데, 아주 먼 옛날 황 도인이 동서남북의 하시구를 지키도록 제자에게 청룡, 백호, 주작, 현무라는 이름을 붙여 주어 그 하시구들을 지키게 했단다. 하시구가 막히면 시간이 멈추게 되니 아주 급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고, 너무 지체되면 좋지 않으니 잘 ~ 관리하라고. 그런데 그 구멍을 그저 발표가 싫어 다른 곳으로 피하고 싶었던 인호가 막아버렸다. 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예전에 인호처럼 말을 더듬었다는 청룡 할아버지가 인호를 고쳐주신다. 

"더 크게 못 벌리냐! 하이고, 요 쪼매난 입안에 작은 마음 벌레가 득시글득시글 대는구먼. 이놈을들 모조리 내쫒아 버려야겠다."...34p

인호 안에 있다던 그 작은 마음 벌레들은 아마도 자존감과 자신감을 갉아먹는 나쁜 벌레들이 아니었을까? 큰 소리로 아홉 번 썩 나가라!! 하고 외친 인호의 말더듬이 사라진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아홉 번을 외치고 나자,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 마음속 깊은 곳에 박혀 있던 말뚝이 쑥 뽑힌 것처럼 시원하지 뭐야."...40p

결국은 얼마나 경험했는지... 발표란 것 해봤자 별것 아니란 것을 알고나면 다음부터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인호도.. 어린 시절의 나도... 또 내 딸아이도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행동했으면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려면 얼굴부터 빨개지는 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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