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님의 책은 <<미식견문록>>에 이어 두번째이다. <<미식견문록>>이 "먹는 이야기"를 빗댄 그녀의 지식 창고였다면 <<문화편력기>>는 아예 대놓고 이런 저런 그녀가 아는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녀에게 더욱 공감하고 놀라고 그녀가 정말 좋아진다. 참 이상하다. 나와 요네하라 마리님은 태어난 나라도, 자란 환경도, 지식 수준도(정말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듯^^) 모두 다른데도 묘하게 친근감이 일며 동질감이 느껴지니 말이다. 

아마도 말솜씨(글솜씨인가?ㅋ) 덕분이지 싶은데, 딱딱 끊어지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친근한, 마치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여기서부터 출발해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 거기서 또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수다" 같은 느낌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은 "남성적"이다. 글을 읽다보면 자꾸 남성 작가가 쓴 듯한 착각을 일으켜서 책을 읽으며 번역자 때문인가...했지만 이 느낌은 <<미식견문록>>을 읽을 때도 그러했고, 그때는 번역자가 여성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이 바로 요네하라 마리님의 또다른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의문은 <제대로 된 언어 구사> 편을 읽으며 풀렸다. 

"좀 더 솔직한 분들은 "딱딱해요, 요네하라 씨 문장은"이라거나 "와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질 것 같다"라고 평한다."..131p

나만이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나보다. 귀국 자녀인 그녀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이 "제대로 된 일본어"라고, 그것을 편하게 다룰 만큼 몸에 익지는 않았다는 말로 받아들이고 마음에 깊이 새긴다는 그녀이지만 나는 독자로서 오히려 이것이 그녀만의 매력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의 경험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한 나라의 관용어나 속담으로, 또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로 이어지며 활자중독자라는 그녀가 알고 있는 재미난, 혹은 통렬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원래 러시아 통역자이기도 하고 체코에서 살았던 경험과 동유럽에 자주 여행했던 경험이 아우러져 이야기는 주로 동유럽(중앙유럽이라 불리기를 원하는..)이 무대가 되지만 그녀에게 한계는 없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에피소드와 역사, 문화까지 모르는 것이 없을까.. 감탄하게 된다. 

그녀의 글을 읽는 즐거움은 또 있다. 자신만의 색깔이 무척이나 뚜렷해서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처럼 자신의 정치, 사회 비판도 거리낌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읽는 나도 함께 낄낄거리며 "오호~"하는 기분이 되고만다. 심장에 털이 난 사람들만이 동시통역자일 수 있다는 그녀가,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 힘이 떨어진 것은 자신에게 아무런 야심이나 속셈이 없다는 증거인 셈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가, 이제는 새로운 책을 낼 수 없음에 조금 안타깝다. 

두 편의 수필을 읽고나니 그녀가 쓴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그녀의 수필들처럼 친근할까,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을까, 위트로 가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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