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몇 번을 가도... 시간에 쫒겨 제대로 한 번을 구경 못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기분이 든다. 도대체 몇 번이나 여행을 가야 그곳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곳을 보려면... 제대로 보려면... 김영갑님처럼 그곳에서 뿌리를 내려야 했던 거다. 몇 번을 여행해봤자... 내가 보고 싶은 그 섬의 진정한 모습은 아마도 찾아내기 힘들 것이다. 그저 제주도에 대한 사진집 정도로 생각했던 이 책은... 표지 안쪽 저자의 소개를 읽으며 벌써부터 마음이 아려온다. 그저 그 섬이 좋아서, 사진이 좋아서 남들의 만류를 다 뿌리치고 힘들게 제주도에 뿌리를 내렸던 분. 섬에서는 외지 사람이라고 뭍사람이라고 받아들여주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겐 밥벌이도 못하면서 왜 거기 가 그러고 있냐는 핀잔을 들으면서까지 그는 왜 그곳에 있고 싶었던 걸까. "밑 빠진 독에 물 채우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정신 나갔다고 혀를 찬다. 그래도 나는 웃는다. 불혹의 나이가 되도록 밥벌이도 못한다고 핀잔을 주어도 웃는다. 그 나이에 장가도 못 가고 뭐했냐고 다그쳐도 웃는다. "...118p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것은 섬에서 나만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뭍의 것들이기에 일상적인 풍경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내 사진에 표현하고 싶은 주제(마음)가 다르기 때문이다."...129p 그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런 것 같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치 우리나라의 풍경이 아닌 듯한, 숨이 막힐듯이 아름다운 이 제주도의 모습에 가슴이 탁 트인다. 섬 사람들은 그가 뭍 사람이기에 그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찍어낼 수 있다 하지만, 섬을 일상의 모습이 아닌 그가 사랑하는 섬의 모습 이미지를 찾기 때문에, 또한 그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잘 알고 오랜 기다림 끝에 사진에 담아내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록 남이 생각할 때에는 비루하고 남루해보여도 그는 이런 사진들을 담아낼 수 있었기에 무척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제주도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의 "두모악"에 꼭 들러보고 싶다. 이제 그는 없지만, 그 섬에서 그가 느꼈을 아름다움을... 나도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도 그 섬에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