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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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들은 영화화가 되고나서야 비로소 유명해지기도 한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영화화 된 후 출판사마다 이 원작 소설을 새로 출간한 것을 보면 "영화"라는 매체가 인지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 또한 그렇다. 영화 예고를 먼저 보고난 후에야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간"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어서인지, 잠깐 봤을뿐인 이 영화의 예고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무척 닮아있다고 생각하게끔 했다. 하지만 막상 페이지를 펼쳐 읽어보니, 전혀 다르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어떠한 이유(나중에 유전학에 관계된 것이라 밝혀지긴 하지만..)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 헨리와 그의 연인 클레어의 이야기이다. 이 둘의 첫 만남에서 현재(어디가 현재일까?)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만남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다. 헨리에게 있어, 또 클레어에게 있어 첫 만남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혀 다른 시간 속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마치 그것이 운명인 양 받아들이게 된다.

"인간의 자유 의지는 제때에, 현재에서만 발휘될 수 있는 거래. 과거로 갔을 땐 우리가 예전에 행동했던 대로 할 수밖에 없고, 우리가 그곳에 있었던 그대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거야."...1권 96p

이들에게 있어 자유 의지는 무엇일까. 클레어는 6살 때부터 만난 이 아저씨가 당연히 자신의 남편감이라 생각하며 자라왔기 때문에 다른 데이트나 다른 남자에게 호감을 보일 여지가 없었으며, 헨리 또한 미래의 부인은 당연히 클레어였으므로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과거에 영향을 준다. 둘이 사랑했음은 틀림이 없지만 어쩌면 그들은 그들의 운명에 매여 다른 선택을 생각해보지도 않은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또 한편으론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이 시간 여행이 필수불가결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면 사랑의 호르몬이 사라지고 난 후 권태기가 찾아오고 뒤에 남는 건 "정" 뿐인 부부들도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하지만 이 두사람은 끊임없이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이해하고, 알아내야 하기 때문에 "질릴" 틈이 없는 건 아닐까. 그러니 시간 여행은 이들에게 있어 안타까운 장치이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사랑의 장치가 아닐까.

"혼자 뒤에 남아 있는 건 힘들다. 나는 지금 헨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그가 무사한지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다. 항상 남아 있는 사람이 더 힘든 법이다. "...1권 14p

물론 기다림은 무척이나 힘든 것이지만 이들에겐 이 기다림이 있기에 더욱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사랑은 장애가 있어야 더욱 활활 타오르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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