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카르페디엠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윤정주 그림 / 양철북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스승의 날, 졸업하고나서도 선생님을 찾아뵙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 교육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이 선생님 너무 좋다.."라고 생각한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스승의 날이라고 생각나는 스승님도 안계시다. 이건 내 딸에게도 이어지는 것 같다.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아이지만 아이가 정말로 믿고 따를만큼 진심으로 좋아하는 유치원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 이 아이도 평생 존경하는 선생님을 만나지 못할까봐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곤 한다. 선생님은 어떤 지식만을 알려주시는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지, "선생님"은 어때야 하는지.. 그 이상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직접 17년간 교직 생활에 몸담았던 하이타니 겐지로의 체험이 녹아있다니 이 작가는 선생님이라는 신분에, 교육이라는 이념에 무척 많은 생각을 해오고 몸소 실천했을 것이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고다니 선생님은 1학년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다. 유복한 환경에 곱게 자라온 고다니 선생님에게 1학년 아이들의 수업이 만만치가 않다. 특히 데쓰조는 아이들이 함께 키우는 개구리를 짓밟아 죽여버리고, 같은 반 아이와 선생님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눈물 많은 고다니 선생님이 데쓰조가 "왜"그랬는지보다 먼저 기겁하고 소리지르는 행동을 함으로서 선생님과 데쓰조의 거리는 더욱 멀어진다. 

데쓰조를 비롯하여 이 학교에 다니는 몇몇의 아이들은 쓰레기 처리장에서 일하는 부모님과 함께 그 처리장에 이웃한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이 동네 아이들은 유난히 더럽고, 버릇 없다고... 일명 문제아라고 낙인 찍힌 아이들이다. 하지만 고다니 선생님이 차츰 이 아이들에게(특히 데쓰조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자 아이들도, 데쓰조도 조금씩 선생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고다니 선생님, 파리를 기른다고 해서 데쓰조가 나쁜 아이는 아닙니다. 산으로 데려가면 데쓰조는 곤충을 기를 겁니다. 강으로 데려가면 물고기를 기르겠지요. 하지만 나는 아무 데도 못 데려갑니다. 이 녀석은 쓰레기가 모이는 여기밖에 모르고, 여기는 구더기나 하루살이, 그리고 기껏해야 파리밖에 없는 뎁니다. "...54p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에게서 지식을, 그리고 생활 습관을 비롯한 아주 많은 것들(여기엔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준비도 포함된다.)을 배워야 하지만, 고다니 선생님과 처리장 아이들의 관계를 보면 선생님 또한 아이들에게 사회 생활과 그밖의 따뜻한 감정, 때로는 옳은 것과 그른 것이 뒤바뀔 수도 있음을, 그리고 자신들의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때로는 창피함이나 자존심 같은 것을 극복할 수도 있어야 함을 배우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린 교육이 뭔지는 모르지만 자기 아이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처럼 입바른 소리만 하면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겠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감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세상이 이러니까, 학교에서는 더욱 더 서로 돕는 마음을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 돕는 마음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처럼 들립니다만, 우리 장사치들은 그런 것으로 신용을 얻기도 하죠. 그럴 때면 사는 보람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150p

고다니 선생님과 아다치 선생님, 오다 선생님과 오리하시 선생님처럼 정말 옳은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을 희생할 줄도 아는 선생님들이 이 세상에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우리나라 선생님들 중에도 아주 훌륭한 분들이 많겠지만 왜 내 주위에는 그런 선생님들이 하나도 없는것처럼만 보이는지... 이 책이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꼭 필독 도서가 되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교육은 단지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좋아할 수 있는, 자신들의 의견을 서슴없이 말할 줄 알고 그렇게 발표된 의견은 아무런 오해없이 받아들여지고 아무런 편견 없이 모든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학교"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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