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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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이로써 3권째 읽은 것이 된다. 보통 어떤 작가의 작품을 보면 대개는 비슷한 분위기에, 그 사람의 또다른 작품을 기대하고 선택하게 되는데... 내가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모두 달랐다. 배꼽빠지게 웃기는가 하면, 처절하게 인간들 삶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평범한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듯 그렇게 담담한... 작품이기도 하다. 내가 느낀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은 또 이 다양함에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찾게되는게 아닐까 싶다. 

<<오 해피데이>>는 다양한 여섯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이다. 마치 우리 가족의 이야기인듯... 혹은 내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인듯 낯설지 않은 친숙한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서 감히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치부나 자존심, 부끄러움 등을 이야기하며 그럼에도 행복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SUNNY DAY>의 노리코는 내가 아이를 낳고 우울하던 그 시절, 인터넷 카페에 처음 발을 들여놓고 열광하던 바로 그 모습같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과 육아에 지쳐 내 삶이 도대체 어떻게 흐르는지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당시(남편이나 부모님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나와 같은 처지의 동료들을 카페에서 만나 오프 모임에 참가하고 서로 위로하고 위안삼으며 조금씩 그 우울에서 탈출하던... 바로 그 기쁨에 조금은 오버하고 있던 바로 그 모습이다. 

"물건의 인기가 마치 자신의 인기만 같았다. 여기저기 오라는 데가 많았던 것도 처녀 시절 잠깐뿐, 결혼한 후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아, 들이쉬는 공기까지 상쾌했다. "...19P

그때의 내가 생각나 남들에게는 허영심 강한 여자로 비칠지도 모르는 노리코가 어찌나 귀엽게 느껴지던지.... <우리 집에 놀러 오렴>을 읽으면서는 남편에게도 남편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함을 되새겨보기도 하고 <그레이프프루트 괴물>에선 괜히 허무해지기도... <여기가 청산>은 '맞아... 그런 남편들이 있었었지..' 라고, <남편과 커튼>의 부부는 마치 "환상 특급"을 보는 듯... <아내와 현미밥>을 읽으면서는 오쿠다 히데오 본인의 이야기일까? 하며 생각해 보기도 한다.

어찌보면 무척이나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그런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하지만 미소 짓게도, 실소를 자아내게도 하면서 그 속에는 분명 "가족애"가 담겨있다. 지지고 볶고 살면서도 어느 한 순간엔 "해피 데이~"하고 외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행복이란 아주 먼 존재가 아닌,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느닷없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매일매일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 "맞아, 그땐 그랬지~" 하는 느낌! 힘들다고 생각하다가도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느껴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 이런 순간은 조금은 실수하더라도, 굳이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주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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