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코와 걷는 길 보림어린이문고
오카다 나오코 지음, 고향옥 옮김, 노석미 그림 / 보림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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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우리반에는 양쪽 귀가 잘 안들리는 친구가 있었다. 보청기를 끼고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던 그 친구는 늘 혼자였는데 봄방학을 앞두고 어머니가 보내신 편지를 담임선생님께서 읽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1년동안 고마웠다고... 그렇게 씌여있었다. 왠지모를 죄책감과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지 말아야지...하면서도 어느새 흘깃 쳐다보게 되고, 조금 거리를 두게 되고... 

<<히나코와 걷는 길>>은 장애우와 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전학을 오게 된 히나코. 다리가 불편한지 걸을 때 몸이 왼쪽 오른쪽으로 기우뚱 갸우뚱 흔들리는 친구이다. 사치코네 모둠에 함께 하게 된 히나코에게 사치코나 야코, 겐은 마냥 조심스럽기만 하다. 한 모둠이라는 이유만으로 돌봐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히나코가 귀찮기도 하고, 거추장스럽다. 하지만 장난꾸러기이며 제멋대로인 코바만은 다르다. 다른 친구들에게 대하는 것처럼 짖궂게 놀리고, 빨리 걷기를 부추기고, 모든 운동에도 참여시킨다. 

  

장애우에 대한 배려 없이 오히려 못되게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는 코바의 행동은, 그러나 오히려 히나코에겐 진짜 친구처럼 느껴진다. 사치코네 모둠 친구들은 함께 비치볼 배구 경기와 생쥐산 등반을 하며 히나코는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친구들은 히나코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억지로 친절하게 대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대하는 게 진짜로 친해지는 길인 것 같아."...82p

처음 전학 와서 축 쳐져있던 히나코의 어깨가, 존재가... 점점 커져서 당당해지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다.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정한 친구가 되며 깨닫는다.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지던 히나코와의 등하교 시간이 이제 그들만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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