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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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에 가 보면... 그곳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어째서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그렇게나 많이 죽은걸까? 아니, 그 어떤 누구라도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 대상이 아이들이라면 더 애달프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란 제목만으로도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줌의 재가 된 재준이의 일기장에 씌여진 두 문장...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12p

재준이의 어머니도, 재준이의 단짝 친구 유미도... 이 첫페이지의 두 문장이 주는 의미심장함과 그 중압감, 두려움에 더이상 일기장을 넘기지 못한다. 

가정에 문제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저 무엇이든 반항하고 싶고, 원인을 따지고 싶고, 무엇엔가 푹~ 빠져 열정을 불태워보고 싶은 나이, 열 다섯... 열 여섯을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나름 모범생이지만 가족 속에서 벗어나고픈 재준과 집에선 문제가 없지만 "학교"라는 울타리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유미의 만남이다. 

"나는 죽음이니 청춘이니 절망, 그런 말들을 잔뜩 넣어서 노래 가사를 쓰고 싶었다. 사랑, 고독, 그런 말들은 닭살 돋게 싫었지만 죽음이나 절망, 청춘, 그런 말들은 아무리 써도 질리지 않았다."...16p

소설은 재준의 죽음 이후 일기장을 읽어내려가는 유미와 이 둘의 만남에서부터 재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오버랩되며 진행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채워주며 둘은 순수한 우정을 나눈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 단짝 친구라도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는 없는 법! 유미는 일기장을 통해 그동안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재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나아간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사는 놀이" ... 일기장의 두 문장은 재준이가 새로 발명한 이 놀이를 의미한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너무나 달라보인다는 것. 그래서 부모님에게 더 잘하게 되고, 공부도 새로운 마음으로 하게 되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던 그 재준이가.... 죽었다. 

유미는 재준이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 왜 이렇게 착하고 어린 아이가...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열 여섯의 아이가 죽었어야만 하는지... 화가 난다. 하지만 재준이의 일기장을 통해 차츰 이해하기 시작한다. 재준이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보기도 하고, 그렇게... 조금씩 재준이의 죽음을 극복해 나아간다. 

" 너는 정말 소년답게, 열여섯 소년답게 그렇게 살다 갔구나. 사랑도 품었고, 고민도 하고, 방황도 하고, 열등감에도 시달리고, 그러면서도 꿈을 품고, 그리고 우정도 쌓았고......"...183p

"죽음"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소설이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지금 우리의 청소년일 것 같은 주인공들을 통해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가까운 누군가를 잃는다면 느껴질 그 슬픔, 외로움, 괴로움... 혹은 내 자신이 죽는다면...이라는 재준이의 놀이처럼 내가 죽었다고 가정했을 때 깨달아질 사랑, 아름다움, 환희....

무덤덤하니 하루하루를 살던 나도... 조금 더 세상이, 삶이 소중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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