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에필로그에서 "위대한 힘을 믿고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자 가슴이 먹먹하다. 올 봄 한창 나무가 푸르르고 꽃들이 만발하던 그 아름다운 계절에, 장영희님의 뉴스를 접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란 책을 통해 그분의 글이 좋아져서, 읽고 있으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고 나라는 존재도 쓸모 있다고 생각하게 해 주는 그 힘에 더 많이, 읽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장영희님의 마직막 유작이 되었고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 슬프기도,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 책에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샘터에 실렸던 글들을 추리고 새롭게 다듬어 엮었기 때문에 어떤 한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언제나 장영희님의 화두는 "희망"이고 살아가려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조용하고 평화롭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일어서는 순명의 느낌, 아니, 예고 없는 순간에 절망이 왔듯이 예고 없이 찾아와서 다시 속삭여 주는 희망의 목소리였다."...19p
"세상은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고, 좋은 친구들이 있고 선의와 사랑이 있고, '괜찮아'라는 말처럼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31p

책을 읽다보면 왠지 고개가 끄덕여지고, 공감이 간다. 장영희님이 나와 무척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고 느껴지는 건 이분의 글이 너무 친근해서일까? 100% 완벽해 보이기보다는 무언가 허술하고, 빈틈이 많다. 게다가 본인도 대놓고 자신은 이기적이고 게으르고 현실적이라고 실토를 하시니 더욱 그러하다. 무척 솔직한 글... 교수로서, 남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람으로서 숨기고 싶고 더 잘보이고 싶은 것들도 있을텐데 저 밑바닥 깊은 곳에 있는 치부도 다 꺼내놓으시니, 그 솔직한 글에 나도모르게 끌리는 것이리라.

"나"는 누구일까...라고 묻고 있지만 책 속에 답이 있다.

"이 넓은 천지에 유일한 단 한 사람 장영희, 이리저리 방향 못 잡고 헤맬 것이 뻔한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길을 떠나는 나, 이리저리 미루다가도 코너에 몰리면 그래도 한번 해보겠다고 덤벼 보는 나, 잃어보리고 잊어버리고 이런저런 실수투성이에 하루가 고달파도 이 세상에 장영희가 있어 조금은 보탬이 된다고 믿는 나, 이리저리 밉게 굴어도 결국은 미워할 수 없는 나다."...136~137p

그래서 당신을 존경합니다. 글 하나하나에도 읽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있는 당신의 글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당신이 게으르고 이기적이라 다른 사람의 말을 생각도 않고 믿어버려 사기도 당한다고 하지만, 당신에겐 상담을 받으러 오는 제자들이 있는만큼이나... 당신의 글을 읽는 독자들이 "희망"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만큼이나 이들 모두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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