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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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이 소설을 읽으며 "나"나 <그녀> 혹은 요한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다가도 내 깊은 곳에 있는 "정의"나 "반감" 같은 것들이 고개를 들곤 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을까... 혹은 그 반대의 입장은 생각해주지 않는 거냐고... 그렇게 묻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언가 내 심리를 계속해서 거슬리는 그러한 것이 있다. 이 소설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을 표지로 하고 있는 이 책은 그 표지에서 두드러져 있는, 정말로... 너무나 못생긴 시녀 그림이 나타내는 것처럼 못생긴 <그녀>와 그녀를 사랑한 한 남자 그리고 그들과 어울리게 된 또다른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들 세 사람 모두 상처입은 영혼들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사랑을 하며 비로소 용기를 얻고, 빛을 조금씩 발산할 수 있었던... 스무 살의 "나"와 <그녀>.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밝음이 자신의 상처를 더욱 잘 보이게 함으로서 도망치고 싶게 만들던 젊은이들의 사랑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 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읻지.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228p

이 책을 읽으며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다행이 캐릭터가 절실하게,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나"는 못생긴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성격은 그녀가 살아온 경험으로 만들어졌다. 요한 또한 자신의 출생과 어린시절로 인해 아픔을 가득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세 캐릭터가 모두 살아있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아프고, 힘이 든다. 하지만 마직막장 <해피엔딩> 뒤의 <그와 그녀, 그리고 요한의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어 이야기는 이중, 삼중의 구조를 가지게 되고 독자는 마음껏 결론을 상상할 수 있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기 때문에 "이쁜 것"과 "좋은 것"만 찾는 그냥 그런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그와 그녀, 요한의 이야기가 그렇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소설 속 내내 <HOPE>를 발견했던 그들에게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한 "희망"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쁜 것"과 "좋은 것"도 그렇게 이쁘고 좋았기 때문에 겪었을 또다른 아픔을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은... 다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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