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1~6권 세트 - 전6권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드디어 끝이 났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주관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관철시키려 노력했던 미카엘의 여행도... 자신들의 세계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보려고 미카엘과 함께 했던 많은 동료들의 노력도... 이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모두 담아 여섯 권(프랑스에서는 3권이지만)의 책으로 풀어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야기가... 또한 나의 낮은 지식 수준을 탓하고 작가의 세심한 배려에 감탄하며 이 여섯 권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려고 열심히 머리를 굴린 나의 노력도... 모두... 끝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잡다한 지식(그야말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다.)은 나에게 뿌리를 내렸을 것이고, 어디서건 조금씩은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았던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조금은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권을 읽으며 내내 든 생각은 이것이다. "과연 이 작가가 이 책을 끝낼 생각은 있는 걸까?" 하는 것. 분명 마지막권이고 페이지수는 자꾸만 넘어가는데, 미카엘은 더 높은 차원, 또다른 높은 차원을 향해 나아간다. 그야말로 그에게 중도포기란 없다. 그리고 이야기는 점점 더 거대해져서 내 상상의 영역을 넘어선다. 도대체 이 책의 끝은... 어디일까?

"난 우리 모두가 러시아 인형 놀이 가운데 있다고 생각해요. 세계들 속에는 또 다른 세계들이 포함되어 있지요. 이 세계들은 규모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모두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각 세계 속에 사는 존재들이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렇게 되지요."...457p

그랬다. 분명... 1권부터 6권의 중반까지, 아니... <<신>>의 전작이었던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서부터 <<신>>에 이르기까지 미카엘 팽송이 알고싶어했던 이 세계의 구성은 그런 식이었다. 한 세계가 있고, 그것을 감싸는 또 다른 세계, 그 위의 또다른 존재... 이렇게 계속해서 위의 존재를 추구하다보면 궁극의 "창조자"를 만나게 되겠지..라는 그의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미카엘이 찾아낸 "궁극의 창조자"는 의외의 인물이다. 사실 4권쯤에서 얼핏 '그렇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답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철학적이며 현실적이다!!! 

그렇다고 그의 대답이 <<신>> 전부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는 이 창조자를 빌려 그가 하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를 이 책에 쏟아부은 듯하다. 그가 알고 있던 잡다한 지식들, 역사, 신화, 철학, 문학, 세상에 대한 그의 시선,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시선 등등. 그는 미카엘을 통해, 가브리엘을 통해... 그리고 Y게임을 통해, 다른 인물들을 통해... 이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위가 됐든 아래가 됐든, 어떤 세계에서도 우린 저마다의 행복을 찾을 수 있어요. 차원이나 크기나 장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의식의 문제죠."...417p
"그렇다. 지금 나의 마음은 욕망과 두려움, 불안감과 갈망으로 들끓고 있다.
죽지 않는 것.
창조자를 찾아내는 것.
사랑받는 것.
델핀을 구하는 것.
깨닫는 것.
왜 내가 태어났는지를,
왜 내가 고통받는지를,
왜 내가 사는지를,
왜 내가 죽어야 하는지를 마침내 이해하는 것.
나는 이 모든 것들을 갈망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가능성 앞에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446p

지금까지의 그의 모든 책들을 갈무리하는 듯한 이 책은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는 그의 물음이며, 해답이다. 그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무한한 상상력을 원동력으로 하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극히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카엘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 바로 "사랑과 평화". 무척이나 나약해 보이고 우유부단하게 보이는 미카엘이 끝까지 그의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이 두가지 이념을 실천하고 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실천이념일 것이다. 

아주 오랫만에 읽는 대작이었기 때문에 읽기 전부터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그 어느때보다 더 많이 이해한 듯한 느낌이다. 이제 미카엘 팽송의 시리즈는 끝이 난 걸까? 이 이상 무엇이 또 있을까...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 책의 작가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이기에.. 혹시나... 하고 또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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