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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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역사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아홉 살의 장이에게서부터 시작하여 열네 살의 장이의 삶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장이가 겪는 여러가지 일에서부터 그의 주변 인물들과의 사건은, 그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을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장이는 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읜다. 
천주학쟁이들의 책을 필사해주었다고 잡혀가 책을 사 간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며 고문을 당한 뒤 그 장독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3년 뒤, 열두 살이 된 장이는 그당시 아버지에게 책의 필사를 맡겼던 최 서쾌에게 맡겨져 책방에서 이런저런 심부름을 하며 지내고 있다. 
도리원에서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팔려온 낙심이를 만나기도 하고, 홍교리를 만나 그의 사랑채 서유당(책과 노니는 집)과 조우하게 된다. 
미천한 신분이지만 필사쟁이였던 아버지를 둔 덕에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던 장이는, 홍교리와의 대화에서 아버지의 따뜻함을 느끼고, 최 서쾌에게선 엄격한 교육(자신은 잔소리로 생각하고 있지만)을 받게 된다.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78p

홍교리와 장이의 대화를 통해 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나도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진다.
그것은 장이도 마찬가지다.
언문소설만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한문으로 된 필사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장이는 홍교리와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책들을 읽어둠으로서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교훈과 때로는 어려운 한문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언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책과 노니는 집>의 역사적 배경이 정확히 언제라고 꼬집을 수는 없다. 
단지 천주교가 막 조선에 들어와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나라에서는 그것을 못하게 막고 박해하던 시절인가보다..하고 추리할 뿐이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인지 모른다고 해서 이 책이 역사적 사실을 꾸며낸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철저하게 장이의 시선을 따라 그 시대의 상황이 묘사되고 있기 때문에 그당시 그들의 아픔과 절박함이 더욱더 가슴에 와 닿는다. 
장이는 천주학 때문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열네 살이 되던 해에는 최 서쾌와 낙심이, 홍교리와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장이는 신분의 차이가 없이 평등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그들의 이야기가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그렇게나 그 학문을 지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 동화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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