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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키친 사랑을 굽다
리자 팔머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아주 상큼하고 발랄한 로맨스 소설이다. "서른 살의 사랑"이 상큼하고 발랄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살짝 맛보았다. 그래서 이 책의 빨간 띠지엔 "미국판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별칭이 붙었나보다.^^
서른이라는 나이와 파티시에라는 공통된 직업, 그 나이가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일명 나쁜 남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정말 많이 닮아있다. 차이점이라면... 김삼순은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부자집 남자와 사랑에 빠져 행복에 이르지만, 엘리자베스는 자기 자신이 부자라는 점?ㅋ 바로 이 차이점 때문에 많이 닮은 듯 보이는 이 두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의 성격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아버지는 유명한 작가, 어머니는 대대로 유서 깊은 부자 가문의 후손이며 오빠 또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는다. 그 사이에서 절대 비교당하지 않는 직업을 택하다보니 "파티시에"가 된 엘리자베스는 여유시간이 전혀 없는 일과 지지부진한 사랑에 지쳐있다. 그녀의 나이는 서른!
"그 순간 내 미래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내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고 있다. 만약 내가 그렇게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윌에게 나와 모험을 함께하겠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오래전에 우리 관계에 대해 대화를 했더라면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을 그 모험은, <오즈의 마법사>처럼 황금색 길 끝에 에메랄드 시티가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아무런 답도 없이 끝없는 방황만이 존재할까?"...79p
열심히 배우고 익힌 기술로 안정된 직장을 얻어 조금의 여유를 부리고 싶은 나이가 서른이라는 나이가 아닐까? 하지만 그녀에게 서른이라는 나이는, 쉴 수도 편안해질 수도 없는 나이이다. 일에서는 성공을 위한 도약과 변화가 필요했고, 사랑에서는 좀 더 안정된 관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가다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이는 "아버지"의 존재도 있다. 이들 남매는 아버지의 끊임없는 돌발 행동과 비난 속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가족에게서, 일에서, 사랑에서 독립하고 싶었던 엘리자베스에게 기회가 다가온다.
자신의 이름을 건, TV 요리 프로그램 섭외와 어느날 다가온 멋진 농구 코치! 엘리자베스는 헐리우드를 유치한 장난으로 여기는 아버지의 비난을 견디고 자신만의 확신으로 이 TV 프로그램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또, 30년을 헤어짐과 만남의 반복으로 자신을 너무나 외롭게 만들었던 윌과의 지지부진한 관계를 끝내고 새롭게 다가온 사랑, 다니엘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신을 잘 아는 사람과의 관계는 자신을 더이상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지나가버린 사랑을 계속할 수는 없다. 또,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과 새로운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밑바닥에 있는 모든 것을 내보여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야만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엘리자베스가 다니엘과 만들어가는 사랑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조금씩 조금씩 너무나 다른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서로의 상처를 발견하고 보듬어주는 일!
"단점이 아닌 장점을 기준으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당당한 사람이 될 수 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아직도 이 일이 꿈도 꾸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만류할 다른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이 일에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나뿐이었다.
"할게요." "...237p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것은 늘 불안하고 걱정스럽지만 성공과 도약을 위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도 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을 믿고 가족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에 도전한다.
스무 살이 되면, 바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또, 서른 살이 되면 진정한 어른으로서 심적, 육체적으로 매우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스무 살도... 서른 살도... 그렇지 않았다. 나이란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몇 살이건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일에도... 사랑에도 .... 또 자신으로서 온전히 홀로 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엘리자베스가 이리저리 고민 하며 하나씩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그녀의 열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와 다니엘의 귀여운 사랑 때문에 자꾸자꾸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