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뜨거운 순간
에단 호크 지음, 오득주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에단 호크라는 배우는 정말 "끼"가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영화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쳤던 그가, 소설가로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 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에단 호크가 처음 소설가로서 데뷔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자전적 이야기라고도.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윌리엄은 뉴욕의 한 바에서 가수지망생 사라를 만난다. 그녀는 지금껏 그가 만나왔던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다. 가까이 다가가려하면 달아나려 하고, 그렇다고 그와의 관계를 놓지도 않는다. 그렇게 윌리엄은 사라에게 점점 빠지게 된다. 

"버스에서 곯아떨어진 사람이 머리를 떨어뜨렸다가 깜짝 놀라며 바로 세우기를 반복하는 것을 볼 때 우스운 것처럼, 그렇게 그녀에겐 웃긴 뭔가가 있다. 그녀는 인간적인,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었고 그 점이 섹시했다."...104p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비록 그것이 고통일지라도 그녀로 인해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녀가 옷을 사는 방식도, 화장실에서 섹스하는 자세도, 초콜릿을 먹는 모습도 다 사랑했다. 그녀의 어미니, 아니, 술 취한 어머니와 파란색 편지를 써 보낸 아버지도 사랑했다. 그녀 머릿속을 스쳐갔던 모든 생각들까지 낱낱이 다 사랑했다."...104p

하지만, 이렇게 강렬하고 자유분방한 이들의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억압으로 다가온다. 윌리엄은 사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지고, 사라 역시 그런 억압적인 사랑을 주는 윌리엄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모르겠어. 그냥.....넌 날 기다리는 거 말고는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 우리가 원하던 커플은 이런 게 아니었어. 그러니까 내 말은, 넌 너 자신을 가꾸고 난 나 자신을 가꿔야만 한다는 거야. 우리가 그저 그런 보통 커플처럼 변해가는 것 같단 말이야. 내가 원하는 게 그런 모습이 아니란 걸 너도 알잖아."...127p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스무 살의 뜨거운 사랑의 어긋남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윌리엄의 유년 시절의 기억과 함께, 그의 성장통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사라와의 사랑을 통해 가족을 이루고 자신의 유년 시절과는 다른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윌리엄은, 사라의 이별 통보로 인해 오랜 시간 아파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조금씩 자신을 치유하고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 평생 사람들은 네게 약해지라고 요구할 거야. 실제로 애원을 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바라는 것은, 그들이 입으로 뭐라 말하건 간에, 네가 강해지는 거야. 그걸 기억하길 바란다."...189p

자신의 성격적 결함을 아버지의 부재 탓으로 돌리던 윌리엄이, 유치원 아이들에게 <아빠 곰이 집에 오네>라는 책을 읽어주는 장면은 정말 가슴이 찡~ 하게 울린다. 흉내를 내서라도 아빠처럼 큰 물고기를 잡고 싶었던 아기 곰의 이야기에 다른 사람의 인생을 흉내내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윌리엄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윌리엄은 이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스무 살의, 끝없는 열정과 혼란스러움을 아주 잘 표현해 낸 듯하다. 아마도 에단 호크 자신의 이야기가 담겼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길래 검색해 봤더니, 에단 호크 기획했지만 주연이 아니어서 아쉽다. 영화로는 어떻게 이 감정들을 탄생시켰을지, 사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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