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미궁
티타니아 하디 지음, 이원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결코 얇지 않은 이 책(사실은 565페이지나 된다.)의 반은... 사건을 이해하는 데 사용된다. 그만큼 다양한 사건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하나의 커다란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귀결되어진다. 이 책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해 보인다. "팩션"이라는 장르가 가진 장점을 아주 잘 살려낸 작가의 전문 분야가 중세 역사와 문학, 종교와 신화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어머니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내려온 유물(은 열쇠와 비밀의 문서)을 유산으로 받은 윌은, 이 유품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거의 모든 실마리를 풀어내기 직전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다. 동생의 죽음에 의아함을 가진 형 알렉스와 윌의 심장을 이식받게 된 루시는 이 유품에 관심을 가지는 악당들에 쫒기며 동생의 발자취를 따라 비밀의 진실을 풀어내려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사가 되풀이되곤 한다. 인류는 잘못된 역사를 경험하고서도 비슷한 환경이 갖춰지면 여지없이 악한이 등장하고, 그들에 대항하는 진실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있으며 이들의 대립으로 인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인류는 진화해 왔다. 때로 오래된 것들(<장미의 미궁>에선 성경을 왜곡한 이들이 그렇다.)은 본질에서 어긋나 왜곡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언제나 진실이 승리한다.

<<장미의 미궁>> 전체를 통해, 특히 소설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작가가 주장하고자 하는 철학이 반복해서 강조되곤 한다. 바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이 필요하다는 것! 종파를 초월한 다원성이나 화합, 인류에의 화합을 강조한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온 인류가 지켜온 신앙과 종교에 대한 존경, 그리고 인류 화합의 끝없는 희망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는 소박한 상징이 그녀의 손바닥에 놓여 있었다. "...538p
"그 모나스는 루시에게 그녀의 반대편에 서 있는 모든 것과 화해하라고 말했으며, '낯선 것'이나 '다른 것'을 포용하라고 했다."...558p

이 소설은 팩션을 넘어 판타지의 영역에도 이르려 한다. 또한 400년이 넘는 이 거대한 사건의 주역이 셰익스피어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은... 작가가 이 위대한 작가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술이 삶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삶이 예술을 모방하는 것일까?"...471p

종교와 문학, 신화, 역사... 그리고 그림에까지 이르는 이 방대한 자료로 아주 치밀한 미궁을 만든 듯하다. 읽는 내내 장미 향기가 코끝을 맴돈 듯하고, 나도 샤르트르의 그 미로를 걷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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