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집에 있을걸 - 떠나본 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멋진 후회
케르스틴 기어 지음, 서유리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 공포증에 비행 공포증이 있고, 거미와 전갈을 끔찍하게 싫어하며 여행을 갈 때마다 떠나는 곳의 날씨는 나빠지고, 떠난 곳의 날씨는 화창해지는... 여행을 절대 가면 안 될 것 같은 그녀의 여행 이야기가 바로 <<그냥 집에 있을걸>>이다. 
책은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되지도, 한 여행에 대하여 자세한 이야기도 해주지 않지만 마치 친한 친구의 수다를 듣는듣한 그녀의 말발에 어느새 푹~ 빠지게 된다. 
그녀의 글에 등장하는 우스꽝스런 인물들은 우리 주위 꼭 어디엔가 있을법한 "이상한" 사람들이고, 그녀의 결론은 묘하게 내 생각과 맞아떨어져 빙그레 미소짓기도,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한다.

"우리는 그냥 여행을 즐겼고 이것이 바로 행복하게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첫 번째 비밀이다. '가는 길이 곧 목적이다.'
출발하자마자 아이들이 부모에게 던지는 가장 짜증나는 질문 "우리 언제 도착해요?"를 우리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오줌은 늘 사촌인 헬레나만 마려웠다."...102p

아아~ 맞다. ㅋ 지은양도 차에 타고 3분 정도가 지나면 그때부터 30초마다 한 번씩 묻는다. "우리 다 왔어요?"
케르스틴 기어는 성공적인 여행담이 아닌, 조금은 짜증나고 황당했던 여행담을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열심히 휴가때마다 여행을 떠난다. 
그럼으로 그녀의 "그냥 집에 있을걸"이란 제목은 무척이나 역설적이다.
여행 짐을 싸며 무엇을 더 싸고, 덜 싸야 하는지, 문은 잠갔는지, 무얼 놓고왔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여행공포증이 있는 그녀지만, 여행 가는 길, 여행에서 있었던 모든 경험을 그녀는 사랑하는 것이 아닐지...
나 또한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준비하면서 들뜨는 기분,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즐기는 간식과 여행지에서의 즐거운 여흥(다소 실패한 여행이 되더라도...^^)까지 모두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다음 여행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다음 이야기도 듣고 싶다.
"외국식물의 어린 가지와 깍지를 모아 와 자기 집 정원에서 할 수 있는 일"(...219p)이 무엇인지도 궁금하고 "자동차 멀미가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을 위한 조언"(...220p)도 듣고 싶다. 
또... 이렇게 재미있게 글을 쓰는 그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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