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6
앙드레 지드 지음, 이충훈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주 오랜동안 종교가 없었다. 지금이야 사회 생활의 한 수단(시댁에 맞춰드리고... 내 아이는 종교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에...)으로 아주 조금, 내 새끼 손가락만큼만 종교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내 사고방식은 참으로 기독교적이지 못하다. 그래서일까? <<좁은 문>>을 이해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분명 내 중학 시절 이 책을 읽었건만, 책의 내용도... 그때 내가 느꼈을 감정이나 그 무엇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제롬과 알리사... 두 아이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준 외숙모의 존재는 그녀가 끼친 영향만큼이나 이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에서야 너무나 흔하게 일어나는 이 여인의 바람과 가출이 그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나 이들 가문의 청교도적 사상과 엇갈려 이런 비극을 낳았을까?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은 넓어 그리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작고 길은 좁으니 이를 찾는 사람이 적다."...29p

외숙모의 가출 사건 이후 목사님의 의도적인 이 묵상 주제로 인해 제롬은 알리사를 지켜주겠다는 결심과 함께 그녀에게 걸맞는 덕행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알리사에게는 그녀 어머니의 죄를 대신해 자신의 희생으로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덕행과 사랑이 한데 어울릴 수만 있다면 그 영혼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때때로 나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외에 또 다른 덕행이 있는지 생각해 보곤 한다. 그러다 또 어떤 날엔 덕행이란 것이 단지 사랑에 대한 저항으로만 느껴진다."...206p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고단하면 내게 기대렴."하고 말하면, 상대방은 " 너를 곁에서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라고 대답하는 두 순례자처럼 인생의 길을 따라 걷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니업니다! 주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길은, 주여, 좁은 길이옵니다. 좁아서 둘이서 나란히 걸을 수 없는 길이옵니다."...209p

알리사는 어째서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제롬에 대한 사랑이 함께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제롬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보다 알리사에 대한 사랑을 우선시하면서도 어째서 더욱더 다가가지 못한걸까. 수없이 대화하고 편지 왕래를 하면서도 이들의 사랑은 왜 계속해서 어긋나기만 하는건지.... 

이들의 사랑은 플라토닉한 사랑이었다. 이 책의 작가 앙드레 지드와 그의 외사촌 누이이면 부인인(마치 <<좁은 문>>의 제롬과 알리사처럼...) 마들렌의 사랑처럼 말이다. 외숙모의 가출에 의한 트라우마가 이들이 육체적인 사랑을 거부하도록 했고 그럼으로서 알리사는 죽음을, 제롬은 순정을 선택했던 것이다. 

책은 작가를 이해하게 해 주고, 작가의 이야기가 책을 이해하게 해 준다. <<좁은 문>>이 앙드레 지드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더욱 그렇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