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로즈의 아주 특별한 일 년 스콜라 모던클래식 4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이승숙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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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렸을 적 좋아했던 책에 대한 기억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 같다. 특히 책으로 읽고,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영화로까지 거듭거듭 보게 된 작품은 더욱 그렇다. 내게도 그런 책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 권이 바로 <작은아씨들>이다. 네 자매의 이야기가 어찌나 때론 기쁘고, 때론 슬프고, 씩씩하고, 여리고, 행복한지... 읽을 때마다, 볼 때마다 새롭고 가슴 벅찼다. 이런 훌륭한 작품을 쓴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또다른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당연한 사실인데도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이 있다는 데에 새삼 놀랐다. 

<<열세 살 로즈의 아주 특별한 일 년>>은 아빠와 둘이 살던 로즈가 아빠마저 잃고 '아주머니들의 소굴'로 불리는 고모할머니댁으로 와 후견인인 알렉 삼촌과 또다른 많은 친척들 사이에서 보낸 일 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즈는 친척들 사이의 유일한 여자아이다. 그래서 고모들과 큰엄마, 할머니들은 로즈를 키우는 데 서로의 뜻대로 하고자 한다. 아빠를 잃은 슬픔과 어른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로즈는 점점 아이만의 빛을 잃고 사그라져간다. 그때, 후견인인 알렉 삼촌의 따뜻한 보살핌과 올바른 교육관으로 로즈는 조금씩 제자리를 찾고, 일곱 남자 사촌들과 건강한 생활을 하며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해 간다.

'고전'을 읽는 기쁨 중에는, 작가가 살던 시대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있겠다. 로즈의 가문인 캠벨가는 워낙 명문가에 부자여서 큰 저택의 이야기와 그들의 풍족한 생활상을 접할 수 있다. 유산을 많이 물려받은 로즈는 허황된 생활을 할 수도 있겠으나 알렉 삼촌의 가르침으로 올바른 인생관을 갖게 된다. 허영심을 갖지 않고, 자기 희생을 할 줄 알며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무엇보다 아이답게 편한 옷차림으로 마음껏 뛰어놀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아이가 된 것이다. 

"여자아이도 실컷 달리고 소리쳐야 해요. 그게 바로 건강하다는 표시지요. 생기발랄한 어린 동물처럼 맘껏 뛰노는 건 행복한 아이에게 당연한 일이에요. 말괄량이 치고 대게 건강한 여성으로 자라잖아요. "...221p
"맞아요, 로즈는 앞으로도 계속 살이 찔 거예요. 코르셋 입은 아이들보다 로즈를 더 맵시 있게 만들어 줄 거에요. 이런 걸로 로즈를 힘들게 하지 마세요, 클라라 누님. 한창 자라나는 아이를 이런 고문 도구 같은 데 끼워 넣으려고 하다니, 제정신이세요?"...293p

로즈의 일 년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아이들이란 이렇게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공부도 자유롭게, 놀때는 정말 신나게 ... 많은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하고 배워가는 그런 생활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 처음 병약했던 로즈는 어느덧 붉은 뺨을 자랑하는 건강한 아이가 되었고, 정신적으로도 무척이나 성숙한 숙녀가 된다. 

"소녀는 진심으로 사촌들을 칭찬하면서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남자다운 미덕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면서도 사촌들의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허영심과 소심함을 버리고, 겸손하고 친절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강인하고 정의롭고 솔직하고 용감한 숙녀가 되려고 애썼다. "...387p

이 책이 1875년에 씌여졌다는데... 로즈라는 여자아이를 통해 그려낸 올바른 이상과 가치관이 무척이나 급진적이라고 생각된다. 로즈는 남녀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었고, 로즈가 자매로 받아들인 하녀 피비와의 우정을 통해 계급간의 차이도 줄어든 듯 보인다. 그당시 여자 아이들에게 이 책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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