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순간 - 느린 걸음으로 나선 먼 산책
윤경희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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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설레이게 한다.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일상에 지칠 때, 무언가 삶의 변화가 필요할 때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항상 그 여행이 처음의 목적대로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편안한 휴식을 취하려 떠난 여행이 고행길이 되어 돌아올 때도 있고, 아름다운 경치와 유적을 둘러보러 떠났던 여행이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좋지 않은 감정으로 퇴색될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여행은 그 결정부터 계획을 세우고 짐을 꾸리고 떠나서 돌아올 때까지 즐겁고 설레이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은 항상 아쉬울 따름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반짝반짝... 가슴에 별이 되어 남는 순간들이 있다. 나의 경우, 아주 오래전 파리의 에펠탑 전망대에 올라 파리 시내의 야경을 보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에펠탑의 야경은 아름답기로 워낙 유명하기도 하지만, 나의 그 순간은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낀 야경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한달여의 유럽 배낭 여행의 막바지였고... 그 한달간 사이가 어색하고 서먹했던 친구와 화해한 다음날이었다. 그동안 쌓이고 쌓여 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그 야경을 보고 밖으로 표출되었던 것 같다. 남들은 파리의 야경을 보고 울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가보다...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파리의 야경이 내 마음 속의 무언가를 건드렸다. 한참이 지난 지금은... 그 야경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그 감정만은 선명하다. 그렇게 그 감정이 내 유럽 여행의 한 "순간"이 되어 남았다.

<<여행의 순간>>은, 참... 이색적인 여행책이다. 마치 개인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하다. 여러 번 여행했던 도쿄를 포함하여 런던, 브라이튼, 파리와 니스, 뉴욕과 방콕까지... 윤경희라는 디자이너가 다녀왔던 여러 곳의 사진이 가득하다. 이 사진들은 어떤 여행책에서도 볼 수 없는 이 작가만의 사진이다. 그녀만의 여행을 하며 그녀에게 와 닿는 것들만 찍어 남긴 사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척이나 감각적이고 느긋하고 아름다우며 행복하다.

  
도쿄.........................................................................................

   
니스의 한 카페와 방콕..........................................................

자신만의 여행 컨셉을 세우는 건 그리 쉽지가 않다. 매번 이번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고 작정을 해도 그대로 지켜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자신만의 확실한 컨셉이 있어 무척 부러웠다. 낯선 거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다니며, 언제나 느긋한 카페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그녀! 나는 이런 여행을 하는 그녀가 왜 그리도 부러운지!

이 책이 직접 여행에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다. 뒷부분에 가볼만한 카페와 디자인 샵 등의 정보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여행서에 비해 정보가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만약 이런 도시들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 책을 꼭 갖고 가고 싶다. 그녀와 나의 여행 컨셉은 다를지도 모르겠으나 나도 그녀만의 느긋함과 아기자기함과 행복을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그녀처럼 나만의 여행의 순간을 가득 만들어 오고 싶다. 아~ 여행 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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