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퍼시 캉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끌레마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방법, 즉 나를 나로서 표현하는 방법으로 난 무엇을 선택하고 있을까? 난 좀 게으른 편이라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신경쓰면서도 나를 어필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은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조금 똑똑해보였으면 좋겠고(이른바 지성을 갖추고..) 자상하고 배려있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지만 완전 이기적인지라 별로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그 외 외모적으로는 .... 더없이 게으르다. 어찌보면... 결국은 완전 내키는대로네.ㅋ 

한때 프랑스 정보국에서 일했던 69세의 엠므씨는 자신의 집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공동묘지에 엿먹이기를 할 정도로 호전적이며, 매일 아침 저녁으로 심장 발작에 대비할 정도로 세심한 사람이다. 또 멋진 옷을 골라 입을 줄 아는 우아한 사람이며 예전의 것들을 더 좋아하는 습관에 길들여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매일 들고다니는 우산이 우산의 역할보다 지팡이로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허영기가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이 당한 불공정함 앞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정도로 공격적인 사람이기도 하며 그가 하고자 결심했던 바를 행할 정도로 결단력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엠므씨를 이루는 이 모든 성격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자 줄거리이고, 핵심이다. 200페이지가 되지도 않는 이 작고 얇은 책 속에는 엠므씨의 마지막이, 하지만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무척이나 흥미롭고 강렬하며 산뜻하다. "죽음"이 어찌 산뜻할까마는 엠므씨의 허영과 자의식과 그의 결단력까지 어우러져 그의 죽음만큼은 더없이 깔끔하고 산뜻해졌다. 

시작은 이랬다. 그가 젊었던 시절부터 사용해 왔던 그만의 향수 <머스크>가 사실은 천연 향수(사향 노루의 성 분비물에서 추출된 것)였고, 이제는 더이상 그 천연 재료를 사용하여 향수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몇 십년 동안 그가 그의 이미지로 사용해 오던 그 향수가 앞으로는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인된 "코"들이 인정한 인공 향으로 만든 대체 향수가 있지만, 엠므씨에게 더이상 그 새로운 향수는 그만의 머스크가 아니었다. 한순간에 그의 젊음이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에 엠므씨는 좌절한다. 천연 머스크로 그의 노화를 가렸던 것은 사실 그의 허영심이었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었고, 그의 젊음이었다. 

"늙기를 거부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허영기에서 시작된 일이 이제 존재의 드라마로 변해버렸다."...94p

하지만 엠므씨는 공격적이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허물어진 자신의 삶을 놓아버리진 않았다. 언제나 바라던 것처럼 자신이 원할 때 자신이 원하는 우아한 방식으로 생을 마치고 싶어했다. 그래서 머스크 향이 남아있을 동안만큼은 그는 그로서 존재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하고 철저한 준비! 향을 잃은 자신은 자신이 아니듯이 머스크향을 지닌 자신으로서만 남기로 결정한다.

"그 자신은 이미 더 이상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러니까 절대로 진짜 죽지 않을 것처럼."...143p

나와는 전혀 다른 듯한 엠므씨의 생활과 결정과 삶이 왜인지 이해가 되는 것은 엠므씨가 마지막까지 자신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다른사람들처럼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을 살았으므로. 강박적으로까지 보여질지 모르는 부분들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감싸안고 자신이 아닌 것들을 과감히 잘라내는 엠므씨의 결단력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무엇으로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그리고 조금 더 "나"다운 것들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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