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라 동시교실
배정원 지음, 배은미 그림 / 일리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아이가 "동시"를 지었다. 
평소 동시를 자주 읽어주지도, 거의 접해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쓱쓱 쓰더니 내미는 동시는 "강아지"라는 제목이었다. 
할아버지댁에 새로 기르게 된 강아지를 보고 무언가가 쓰고 싶어졌는데 긴~ 글이 아닌 "시"로 쓰고 싶었나보다.
너무 놀랍기도 하고, 첫 시가 참 잘 쓴 것 같아 칭찬해주었더니..... 그 뒤로 며칠동안 "원숭이", "생 쥐", "고양이", "캥거루" 등 온갖 종류의 동물 아류시들이 탄생했다. 
그 아류시들을 보고는 차마 계속해서 칭찬을 해줄 수는 없었다.
무언가... "시"처럼 보이지만 진짜 "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상나라 동시교실>>은 동시를 잘 쓰고 싶지만 쓰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혹은 동시를 써야하는 상황이, 쓰는 것 자체가 괴로움이 되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책이다. 
배정원 선생님이 글짓기 교실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쳤던 내용들과 거꾸로 아이들에게서 얻은 소중한 경험들을 아이들이 쓴 시와 함께 엮은 책이다. 

시는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과 느낌을 자신의 말투 그대로 옮겨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시를 느껴지지도 않는 '무언가'에 대해 억지로 쓰려 할 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재미 없고 힘든 시가 된다.
시의 소재가 될 것을 오래 지켜보고 그때 받은 느낌을 자신만의 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 표현이나 어른의 시를 흉내내어 쓰는 것은 좋은 시가 아니다. 

<<상상나라 동시교실>>은 아이들이 직접 쓴 동시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무척 쉽다.
좋은 시와 그렇지 못한 시를 비슷한 주제로 쓴 시 두 편으로 바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시뿐만 아니라 정말 좋은 시인의 시도 함께 비교하여 무엇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짧다고 무조건 좋은 시도 아니고, 느낌만 있다고 좋은 시가 아니다.
때로 어떤 정경을 묘사하고 있어도, 때로는 길더라도 아이만의 말투와 그 아이만의 정서가 담겨있다면 그 시야말로 아주 훌륭한 시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시"란 무엇인지 아주 잘 알게될 것 같다.
시의 소재로 분류해 놓아 어떤 주제로 시를 쓸 수 있는지 생각의 넓이를 넓혀놓았다.
책을 읽는동안 같은 또래들이 쓴 좋은 시를 읽으며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자신도 좋은 시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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