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아이가 희귀병에 걸려 제대혈을, 림프구를, 과립구를, 골수를 필요로 한다면.... 그것도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꼭 자기와 같은 것을 필요로 한다면... 나도 "맞춤 아기"를 조작하여 임신하도록 선택하게 될까? 내가 직접 그 일을 당해보지 않는다면...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맞춤 아기가 좋은 유전자만을 취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단지 먼저 태어난 아이의 회복을 위한 선택이라해도 그것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정당화된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혹은 방법이 있는데... 아이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동생을 출산함으로서 먼저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부모로서 역시나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택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선택이 제대혈(태어난 아이에게서 버려지는 탯줄에서 체취되는 것이라 도덕적, 윤리적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으니)에서 끝나지 않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증여가 이루어진다면... 받는 쪽도, 주기 위해 태어난 쪽도 괴롭기만 할 뿐이다. 

한 가정에 아픈 사람, 특히 한 자녀가 병을 앓을 때에는 그 가정의 세계는 아픈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부모도 모르는 새 버림받은 아이는 상처 받고, 부모에게 관심받기 위해 발버둥친다. 온갖 비행을 저질렀던 제시처럼. 하지만 제시는 제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자신의 것을 동생에게 나누어주고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병원으로부터 거절받고 부모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괴감, 동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가 선택한 행동이 비행이다. 

사라는 케이트만을 위해, 오로지 케이트의 건강만을 중심으로 하루를 사는 엄마이다. 가장 약한 아이에게 더 많은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러한 행동이 때로는 케이트나 제시, 안나에게까지도 더 많은 부담과 족쇄가 되지는 않았을까. 안나가 기소한 소송으로 재판을 거치며 그제야 사라는 진정으로 아이들을 모두 사랑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부모로서 자신이 택한 행동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느 한 아이를 버리고 다른 아이를 살리기보다는 두 아이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선택해 왔음을, 그 선택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치든 자기 가족에게는 옳은 선택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렇다면 안나는 어떤가? 13살의 나이에, 태어나면서부터 13년동안 언니의 건강 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피와 골수를 기증해 온 동생으로서 .... 그녀는 왜 부모에게 의료 해방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550페이지에 달하는 이 긴 장편에서 후반에 이르기까지 난 그 이유를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13살 소녀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안나의 부모를 비롯한 다른 어른들처럼 말이다. 

"나도 언니가 죽는 걸 원치 않아. 하지만 언니가 이렇게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언니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도 알아." 나는 엄마가 내 눈길을 피하는 데도 엄마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난 늘 언니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사람이었어."...507p

안나가 제기한 소송으로 재판을 거치며 안나네 가족 구성원들도... 안나의 변호사를 맡은 켐벨도 어떤 식으로든 모두 성장한다.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해 오던 가정의 밑바닥이 드러나고 고름이 터져버리면... 새 살이 돋고 깨끗하게 아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들 성장하기 위한 재판이었다. 

"이제야 알겠다. 우리는 아이들을 가지는 게 아니라 받는 것이다. 때로는 그 시간이 우리가 기대했거나 바랐던 만큼 길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 아이들을 가지지 않았던 것보다 훨씬 낫다. "...515p

가끔 부모는 자식이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완벽한 소유물이었다가 점점 자라며 아이의 자의식이 자라고, 독립심이 강해질 때면 아이와 부모가 마찰을 일으키는 거다. 아이의 의견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주고 어디까지 강제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항상 어렵다. "좋은 부모"이길 원하지만 부모도 배워가는 중이라 틀린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족"이어서 행복하다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 추억할 수 있는 매일매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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