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불 같은 열정으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친구같던 사람과 조금씩 조금씩 애정을 쌓아 사랑을 이루기도 한다. 그 시작이야 어떤 형태가 되었든 그 사랑을 오래도록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몸 속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분비 기간과 같다고 했던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완벽할 것만 같던 사람의 단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니... 그야말로 요지경 속이다.

타이치와 미오카의 만남은 처음부터 매우 강렬하다. 22층 옥상 위 펜스를 넘어 자칫하면 목슴을 잃을 수 있는 곳. 그렇게 위태로운 곳에 미오카가 서 있다. 그곳은 미오카만의 공간이다. 위태로운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곳이고 죽어도 상관없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펜스를 넘어 아슬아슬한 그녀의 공간으로 넘어 온 타이치를 만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타이치의 행동은 마지막 미오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용기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미오카의 결정에 따라100% 신뢰해 주는 것. 

미오카는 정말 알 수 없는 여자이다. 친구의 남자 친구에게 손을 대고, 실연당한 여자애를 위로해주다 키스를 하는... 언제나 황당한 일만 하고 다닌다. 하지만 타이치는 바로 그런 미오카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언제나 황당한 일만 하고 다니지만, 그때만큼은 네가 막 닦아낸 유리처럼 투명해 보였다. 더러움도 상처도 그늘도 없이,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고 곧게 살아가는 모습. 나는 그런 강인함이 눈부셨던 거야."...90p

삶과 인생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한 모습, 하루하루를 정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타이치는 끌렸던 걸까.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만 하는 미오카는 이기적인 유치함을 가진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이 언제 끝나는지 알고 있는듯한, 어찌보면 처연하게까지 보이는 모습...

삶을 사랑하지만, 더욱... 계속해서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은 어떤 절망감을 안고 있을지. 타이치는 그런 미오카의 옆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차츰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밉고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까지도 껴안아주는 것. 때론 그 사람의 생명에 대한 책임까지도 질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의 마지막까지 함께 해줄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그들의 사랑은 용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 하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 보여주고 이해해주고 이해받았다. 살아가기 위해 사는 법을 미오카에게 배운 타이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언제나 안타깝고 슬프지만, 폭풍 같은 삶을 살았던 미오카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내 머리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보여지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닌 온전히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거리낌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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