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토피아 - 소외와 편견이 없는 유토피아
키티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김영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소설의 여파가 너무나 커서...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렇게까지 절망적이고 잔인하며 슬픔을 가득 담은 이야기로 전개시켜야만 했을까. 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혹은 소외자가 세상과 소통하는 데 이렇게까지 커다란 고통을 짊어져야만 하는걸까. 작가는 왜 이렇게 큰 절망과 고통을 이들에게 짊어지게 했을까...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게 될 때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어떤 경우에서건 무조건...아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로인해 삶이 망가지고, 가장이 파탄나게 될 때 곧잘 부모는 아이 탓을 하게되나보다. 한 부모의 끝없는 원망과 저주 속에서도 잭은 어렸을 적 아빠의 사랑의 말들을 기억하며 너무나 순수하게, 올곧게 자라났다. 바깥 세상으로부터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부모의 부재로 잭은 땅 속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을 돼지 부류로 생각하고 돼지야말로 가장 똑똑하며 정직하고 순수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잭은 그렇게 돼지와 함께 사는 온전한 세상, <피그토피아>를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잭은 인간같은 돼지와는 다른 돼지같은 인간이다. 돼지보다는 인간에 가깝기에 자신처럼 순수하고 맑은 홀리 록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혼자이기에 갖게 되는 "외로움". 자신과 돼지들의 세상을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은 분명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잭은 위험을 무릎쓰고 홀리를 초대한다.

"얼마 후 홀리가 와서 우리와 함께 플루트를 연주해주고, 나는 이해한다. 이제 궁전에 오는 일은, 나나 돼지들한테 그런 것처럼 그애한테도 성역을 갖는 의미라는 걸. 우리는 하나의 끈으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부족이다. "...129p

다른 걱정같은 것 하지 않고 엄마의 보호 아래서 있고만 싶은 홀리에게도 아무걱정없이 편안한 휴식을 주는 공간이 필요했다. 소녀에서 어른이 되려면 알 수 없는 고통과 맞서야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았기에 그냥 그자리에 머물고 싶었던 홀리. 어른들의 부조리함과 잣대를 홀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잭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홀리가 함께 하고 싶은 유일한 어른이다. 

하지만...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아이와 장애자가 그들만의 삶을 살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들에게는 "밖의 현실"이 무척이나 두렵겠지만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할수밖에 없다. 잭은 처음부터 홀리와의 만남이 자신과 돼지들에게 끼칠 안좋은 면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홀리와의 소통을 원했다. 바깥의 다른 인간돼지들보다 더욱 총명하고 올곧았던 그는, 자신과 홀리의 앞날을 위해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고 결정할수밖에 없다. 

잭의 아름다운 언어들이 그에 대해 말해준다. 이들이 겪은 고통과 절망은 어떤 형식으로든 이들을 자라게 해주었다. 인간들 틈에서는 그렇게 살수밖에 없음을 홀리와 잭은 깨닫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 수 없음을... 하기 싫어도 해야되는 일이 있음을... 

마치..호러 소설같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피그토피아>>는 우리들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토록 절망적이고 아픈 경험을 겪고나서 홀리도, 사만다도, 콜린도... 그리고 잭까지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더 넓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위해 온전히 희생한 잭을 기억하는 한 홀리는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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