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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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를 보거나, 그 영화의 내용에 매혹되어 이 책을 찾는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 같다. 40여 페이지의 아주 짧은 단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벤자민 버튼의 생체 시간이 거꾸로 간다"라는 사실만 같을 뿐 거의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에는 감동적인 로맨스가 없다. 하지만 아마도 누군가의 생체 시계가 거꾸로 간다면 정말로 그는 "벤자민 버튼"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사실적(아마도 영화보다 훨씬 더)이다. 

책 <벤자민 버튼...>은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나이"에 대하여. 이 나이는 태어나서 한 해가 갈 때마다 늘어나는 숫자 "나이"가 아닌, 우리 몸이 갖는 "나이"를 뜻한다.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벤자민은 어렸지만 동시에 늙은 생각과 늙은 몸을 가졌고, 세월이 흘러 50세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혈기왕성한 젊은 생각과 힘이 넘치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결정하고 행동했던 것들도 그의 생체 나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젊음"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전반에 걸친 피츠레럴드의 주제인 것 같다. 사실 영화가 매우 이슈화 되어 앞부분에 많은 부분 영화 이야기를 했지만, 책만 놓고 보자면 더 좋은(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단편들이 많다. 하지만 또 어떤 단편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있고,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재즈 시대 이야기들>>이 그를 위대한 작가들의 반열에 올려놓은 <<위대한 게츠비>>를 쓰기 전에 습작한 작품들 중 한 권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사실 <<재즈 시대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피츠제럴드가 살았던 시대와 그 자신 인생에 대한 이해가 약간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펭귄클래식)에는 서문에 패트릭 오도넬이 그 시대와 저자의 상황들, 그리고 각 작품들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펭귄 클래식만의 장점이라면 <<재즈 시대 이야기>>가 출판되었을 당시의 차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젊음"에 대한 주제로 돌아가보자. 피츠제럴드의 삶을 조금이라도 엿본다면 이 작품들 대부분의 조금씩이라도 저자의 삶 자체에 매우 영향을 많이 받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하고 능력없는 남자들, 재력으로 결혼을 결정하려는 여자들... 그리고 사건을 일으키는 이들은 모두 젊다. 그들이 주고받고, 영향을 끼치는 행동들과 결정들이 젊음이 지난 후에 어떤 식으로든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저자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행복이 남은 자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이런 삶도 행복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운이 남는 마지막 문장들.

"여름은 가고 이제 인디언서머다. 잔디는 차갑고 안개도 이슬도 없었다. 그가 떠나면,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서 덧문들을 닫을 것이고, 그는 길을 내려가 마을로 갈 것이었다. 이들 두 사람에게 삶은 빨리 내려와서 빨리 지나갔으며, 씁쓸함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연민을 남겼고, 환멸을 남기지 않았지만 오직 아픔만을 남겼다. 벌써 달빛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서로의 눈에 담긴 호의를 서로가 볼 수 있었기에." ...(382p)

그리고... 여전히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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