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 값싼 위로, 위악의 독설은 가라!
김별아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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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랬다.
아... 나랑 생각하는 게 참 비슷한 작가구나.
나도 어려서부터 참 많이도 당하고 살아서 무언가 하나 거절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안좋은 말이라도 할라치면 며칠을 고민하고, 심장이 쿵쾅대고 벌벌 떨고는 했기 때문에 작가의 첫 페이지....
"나는 언제나 나 때문에 누군가가 불편할까 봐 애를 썼다. 내가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어설픈 셈속으로 남에게 신세를 질까 봐 늘 전전긍긍이었다."(...14p)
...라는 그 말에 참 많이도 공감이 되었다. 
작가는... 그래서 모욕에 대한 매뉴얼을 만든다고 한다.
부당하게 모욕해 올 때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맞받아칠 수 있도록,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미리 각본을 짜 둔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용감하다는 아줌마가 된 나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아직도 곧잘 사기를 당하고, 짐을 떠안고, 손해를 본다.
"삶의 방편이고 처세의 기법"이라는 이 매뉴얼이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따라해보고 싶을 정도로...

그렇게 공감에 공감이 되던 감별아님의 글은 어느 순간 집중력을 잃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다.
반...정도 읽고나서야 왜그런지 깨달았다.
김별아님의 개인적인 주변 이야기들은 공감이 되는데, 그 외 저자가 생각하는 세상 비꼬기...는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필이라기 보다는... 신문의 사회면 칼럼같은 분위기이다.
안그래도 어둡고 칙칙한 사회 분위기에 나까지 더하고 싶지 않아 기피하고 있는데, 이 수필... 많은 부분이 사회에 대한 쓴소리이다.
그래서 절로 반감이 생기나보다.
이러저러한 부조리함들... 다 알고 있다고, 그러니 그냥 별아님 이야기해주시면 안되냐고...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고전이라니까 읽고, 유명하다니까 읽고, 읽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니까 읽고, 현학적인 허세를 위해서도 읽"(...120p)었다는 젊은날의 독서.
혹시나 나는 지금도 그러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반성하게 된다.
책은 내가 좋아서, 나 자신을 위해 읽는 것인데 나도 모르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랑하기 위해 읽고 있지는 않은지...

김별아님은 매우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신 것 같다.
자꾸 자신을 깎아내리는 표현들에 조금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나오는 김별아님을 지칭하는 말... "청맹과니"
도대체 뭔가... 싶어 찾아봤더니, "사리에 밝지 못하여 눈을 뜨고도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업을 갖고 계신 김별아님이야말로 정말 행복하신 분이 아닌지요. 
아들을 홀로 키우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용기있고 훌륭한 분이 아닌지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다음번에 김별아님을 만날 때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김별아님만의 이야기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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